20240430/화/흐림
‘별다줄’. 별 걸 다 줄인다.
MZ와 AZ(아재)를 구분하는 암호처럼 퍼져가던 줄임말. 아름다운 한국어의 오남용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언어의 효율성으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생각. 심하다 싶은 말들도 있지만, 키득거리며 감탄한 말들도 많다. 생소한 말들의 뜻을 알아채면 뭔가 뿌듯함도 있어고, 감도 못 잡을 때는 이제 주류 세대에서 밀려난 듯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
일그남(일기 그리는 남자)이 되고 싶었고, 매달남(매일 달리는 남자)이 되고 싶었다.
매일 달린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하며 (글쓰기는 넘볼 수 없으니) 하반달(하루키 반만 달리자)로 시작해서 매일 10킬로씩 달리려고 애썼다.
매일 한 장의 그림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싶어서 볼펜으로, 색연필로, 태블릿에 앱으로 그리려고 애썼다.
그리기와 달리기. 잘하고 싶었다.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위안받는 순간이었다. 매일 지속적으로 하면 당연히 늘고, 쉬워질 줄 알았다. 늘 재미있고, 만족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려 펜을 들 때마다 망설여졌고, 망작에 실망스러운 날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달릴 수 없는 핑계가 많았고, 해가 더할수록 느려지고, 늘 숨 차고, 힘들었다.
조금 익숙해지는 것이지 쉬워지는 게 아니구나. 살아가는 일도 그랬다. 때론 낯설기도 했다.
다시.
4월 3일부터 큰맘 먹고 시작한 매일 쓰기. 한 달을 마무리한다. 특별할 거 없는 건조한 하루하루. 매일 무언가를 쓰겠다는 각오는 뭐 하나 딱히 이룬 것도 없고, 앞으로 무얼 이룰 수 있을까 자신 없는 중년의 겁쟁이가 택한 작은 이룸. 이뤄나감.
글 솜씨를 걱정하기 앞서 쓸 거리부터가 걱정이었다. 두텁게 각질이 쌓인 일상에 메스를 들이대 이리저리 글감을 찾는 하루하루.
매쓰(매일 쓰기)는 메스다.
때론 감추고 싶은 일상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각질만 잘 벗겨내기도 하지만, 생살이 따라올라 솔직한 피가 배어 나오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또 쓰는 게 겁난다.
누칼협.
무뎌진 일상의 각질을 벗겨내는 매쓰질을 더 해볼 생각이다. 5월 한 달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