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20240810/토/맑음

by 정썰
#고비 #열대야 #에어서큐레이터 #시스템에어컨

이사 올 때 거실과 방마다 천정에 박힌 에어컨을 보며 흐뭇했더랬다. 지금 우리 관계는 가끔 생사확인만 하는 정도. 덕분에 에어서큐레이터가 열일한다. 주객이 전도된 여름밤. 오늘은 유난히 덥다. 메뉴 가격 안 보고 주문하기에 더해 전기요금 걱정 안 하고 에어컨 틀기를 버킷리스트에 넣어야 하나. 바람은 됐고. 버킷에 차가운 물 가득 담아 등목하고 싶은 밤. 오늘밤이 고비다. 흰둥이도 지치고 나도 지친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넘어야 할 고비는 몇 차례 더 남은 듯싶다. 무더위에 절은 고비. 계절의 사막을 넘는 고비.


p.s. 부모 제사에서 ‘고비(考妣)’라고 적힌 지방을 쓰는데, 어느 인색한 사람이 이 지방을 기름에 절여 두고 해마다 썼다고 하여 ‘절인 고비’라고 하다가 이것이 변하여 ‘자린고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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