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20240812/월/폭염

by 정썰
#윤동주

‘동주, 육사, 상화’라는 손바닥 만한 오래된 시집이 있다. 청년의 아부지가 소년인 내게 주신, 지금은 아들의 책. 삼대에 걸쳐 읽는 시집.

저항시인 3인 중 나와 아들의 원픽은 동주다.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는 아마도 유일하게 암송하는 시인 거 같다. 즐겨보는 랜선 여행 프로그램에서 일본 특파원이 짧게 윤동주의 흔적을 더듬고 갔다. 광복절 주간이구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지금도 청년 시인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몽매한 중년. 요절한 시인에겐 작금의 세태가,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가 죄송하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 될까

나는 나의 참회에 글을

한 즐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래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외우지 못한 시를 쉽게 복사해서 붙이는 거 조차 부끄러운 이 밤. 참회의 밤. 별 한 점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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