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20240813/화/무더위

by 정썰
#세계_왼손잡이의_날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 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 패닉 / 왼손잡이 가사 중


난 오른손잡이다. 헌혈도 왼팔로만 한다. 농구연습을 할 때 가끔 왼손으로 슛을 던져보거나, 우뇌 발달을 위해(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물을 마시는 등 간단한 동작은 의식적으로 왼손을 써보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 왼손잡이 친구랑 잠시 짝이 된 적이 있었다. 2인용 책상에 붙어 앉으니 서로 불편했다. 아마도 친구가 더 불편했을 거다. 난 다수 중의 하나였고, 친구는 한 반에 한 두 명인 소수였다. 오죽했으면 인권신장과 편견 타파를 목적으로 날을 지정했을까.


다름에 대한, 다른 소수에 대한 편견은 나도 누구 못지않았다. 희한한 건 내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고, 우세한 쪽에는 겸손하고, 열패한 쪽에는 거만했다. 다름에 대한 편견 안에서도 편견이 있었던 거다. 반성한다.


난 오른손잡이다. 때론 왼손잡이처럼 살고 싶었고, 왼손잡이인 척 살기도 했다. 오른손잡이들의 불합리와 몰상식에 맞서고 싶었던 젊은 시절. (뭐래, 아직, 계속 젊다)

하지만 온전한 왼손잡이가 되진 못했다. 왼손으로 네 글자를 몇 번을 쓰고 지우고, 썼다. 참 못났다. 첨 어렵다.


뜻하지 않게 왼손잡이가 된 느낌으로 살아가는 요즘.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서로 부대끼지 않는 넉넉한 공간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바란다.

왼손을 더 자주 써야겠다. 좌우 뇌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익어가야지.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양손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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