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복, 나쁜 복, 이상한 복

20240814/수/말복 더위, 폭염경보

by 정썰
#복_복_복

1. 福

쉬는 날 2일 차. 5시 알람에 일어났다. 밖이 아직 어둡다.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니 일출 시간을 몰랐다. 수면시간도 조금 부족한 듯도 하고, 침대에서 나와 책상 앞 의자에 기대어 잠깐만 더 자자. 5분… 아이고 50분. 5시 50분에 무심천을 향한다. 8.15km 달리기. 생각보다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생각보다는 덜 더운데 그래도 바로 나올걸 그랬다.

남들과 다른 휴일 패턴이지만 평일에 쉬는 것도 복이다. 가까운 곳에 무심천이 있는 것도 복이다. 달릴 수 있는 건강도 복이다. 좋은 복.


2. 伏

말복이다. 차에서 듣는 라디오에서 느닷없이 경보음이 울린다. 폭염경보. 덥다. 아내와 함께 시원한 커피숍으로 피서를 갔다. 책 읽으며 한참 있고 싶은데, 졸린다. 아내도. 집으로. 아내는 다시 시원한 체육관으로 운동하러 간다. 난 선풍기가 아닌 열풍기를 벗 삼아 오침을 취한다. 제일 시원하게 느껴지는 거실 바닥에서. 두어 시간 만에 깼다. 바닥에 땀이 찝찝해서 깬다. 바닥을 닦아내고 샤워를 한다. 잠시 뿐이다. 다시 덥다. 에어컨을 흘깃거리다. 참는다. 밤에 틀어야지. 겨드랑이에 다시 흐르는 땀. 샤워하러 가야겠다. 나쁜 복.


3. 復

광복절 하루 전. 개인적인 기념은 아침 달리기로 가름하고, 오후에 태극기를 미리 내걸었다. 79년 전 오늘, 그분들은 당장 내일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을까? 이 좋은 날을 앞두고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광복회장, 독립기념관장, 광복절 사면, 일본 사도광산, 친일파 등등을 화두로 사분오열하는 후손들이라니. 이상한 복.ㅠㅠ


p.s. 왕복. 4km 지점을 돌아 출발점으로 오는 길. 아침 햇살은 눈치 없이 뜨겁고 공기는 뜨겁다. 달리기 앱이 거리를 알려주지만 출발점 근처에 있는 아파트가 보이자 완주의 의지가 다시 살아난다. 왕복이 주는 희망. 목표가 목적지가 가까이 보이면 참아낼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 왕복이 아닌 독립을 향한 편도를 달리던 독립운동지사들의 포기하지 않았음에 경의를, 깊은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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