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시작
리더십이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학년. 서울에서 전학 온 얼굴이 하얗고 공부를 잘 하는 편이라는 이유(?)로 사투리 쓰는 반 친구들은 서울말을 해보라며 제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습니다. 전학간 날 치르게된 시험에서 평균 90점을 넘은 후로 담임쌤의 애제자가 되었고 그 후로 줄곧 반장과 전교회장까지 맡아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과대표에 선출되고 얼결에 가입한 ‘조정부’에서는 몸무게가 적다는 이유로 콕스라는 선장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3학년, R.O.T.C.에 지원하면서, ‘아! 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군하!’라며 임관과 동시에 복무연장을 신청하고(2년 의무복무에 3년을 추가한거지요, 고3 때 육사 입학 권유를 마다했는데 이렇게 돌아 왔구나 생각했습니다.) 소위 2년차에 전속부관으로 모셨던(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 직책은 이런 단어로 표현되곤 했습니다.) 사단장님의 권유로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소대장 시절,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생겼습니다. 학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었지만 소싯적부터 갈고 닦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요약하자면 군대에서 저처럼 하면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군생활을 오래 한 선배 장교와 부사관의 눈에 전 군에 적합하지 않은 소대장이었나 봅니다. 그 때부터 리더십의 객관적 지표를 찾던 중 우여곡절 끝에 군사전문대학원인 국방대학교의 리더십과에 합격해서 리더십을 학문적으로, 실천적으로 배우고 익혔습니다. 정답을 찾았을까요? 아니요. 하지만 제가 리더십 공부와 그 후의 적용을 통해 하나 얻은 결론은 우리는 모두 리더이고, 그 시작은 내 안의 두 자아 사이에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인디언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내 안에서 싸우는 검고 하얀 늑대 중 승자는 내가 먹이를 준 놈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와도 맥을 같이하고 백범일지에 소개 된 서산대사의 시(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와도 닿아있습니다.
반백년을 살면서 과연 내 몸뚱아리 하나, 마음 한 자락 잘 이끌며 살아왔는지… 네 뒤어 걸어오는 후배, 아들, 딸들에게 이정표로 쓸만한 모습이었는지…
남은 오십년은 지나온 내 모습을 반면교사 삼아 쓸만한 리더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진정한 리더가 없는 세상, 주먹패거리의 보스 같은 자들이 리더라며 활개치는 세상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이 아닌 ‘더불어 숲’으로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