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咀嚼)

by 정썰

저잣거리엔

저마다의 새로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장날 골목골목엔 새로운 글과 소리와 그림들이 넘실거렸다.

장인의 반추(反芻), 혹은 번뜩이는 찰나의 새로움.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던데

새로울 거 없는 문자로, 음표로, 색깔로

날마다 저리 새로움이 태어날 수 있는지

장터엔 늘

감탄과 탄식이,

존경과 시기가

뒤섞여 있었다.


이것저것

한 움큼씩 집어 질겅질겅 씹으며 거닐다 보면

저물녘 집에 돌아오는 길엔

뭔가 새로운 영감이란 게 움찔거리기도 했다.

그 특유한 맛과 향들이 내 안에 쌓이면

오롯이 나만의 글이 되고, 소리로 울리고 그림이 될 수 있을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때론, 흉내로 닮아낸 뻔뻔함이 새로운 척하기도 했다.

탐나는 새로움.

착각의 유혹.

몰래 주머니에 넣어와 내 것인 척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한입에 털어 넣고 오래오래 씹는다.


씹고 또 씹는다

창작의 고통을, 지루한 시간을

질겅질겅 씹으며

견딘다.

자란다.

그렇게 새로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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