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갈 아들, 기숙사 짐을 빼오던 날
안산 가는 길.
넉넉히 잡고 가니 과속할 일은 없다.
희한한 일이다.
100이면 민폐는 면하고,
110이면 만족한데
앞질러 달리는 차에 괜히 긁혀
삐딱한 오른발에 힘이 실린다.
작으면 작은 대로, 잘나 보이면 그런대로
유혹을 넘는 과속.
경쟁이다, 오기다. 뒤쳐지면
지는 거다.
가라.
조급함.
먼저 보낸다.
안산 가는 길.
내비게이션에 길을 맡기니 한눈팔 일 없다.
안산 방향으로, 안내 따라가면 그만인데
서울 가는 길로 그득한 질주를 보다
문득 나도 서울로 가야 하나, 바보 같다.
희한한 일이다.
가야 할 곳이, 따라야 할 길이 다른데
저 무리에 속하지 못한 불안함, 불편함.
가라
두리뭉실 휩쓸리던 눈치
따위
떨궈 버린다.
안산 가는 길.
청북 즈음.
차가 밀린다. 길이 막힌다. 급기야 선다.
급할 거야 없지만 조급증은 배냇병.
손가락은 운전대를 톡톡, 왼발 끝은 바닥을 툭툭.
슬금슬금 기웃기웃
견인차가 보인다. 구급차도 와 있다.
희한한 일이다.
죽고 사는 일에 늦고 말고 가
투덜거릴 일인가
튀어나온 입을 넣는다.
큰 사고가 아니길, 죽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못난 생각을 황급히 덮어 본다.
안산에서 돌아오는 길.
아들은 학식으로 아비 배를 채우고
차에 가득 기숙사 짐을 채우고
희한하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인데
돌아오는 길은 늘 짧고, 빠르다.
아들은 두고 짐만 싣고 오는 길
네댓 시간 운전길
운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는 오늘도 운의 한가운데 파묻혀
하루를 사는구나.
사오십 년 여행길에
지지리도 운 없는 삶인 줄 알았는데
나는 인심 후한 운 덕에
오늘을 사는구나.
바쁜 사람 먼저 보내고
급한 사람 길 내주고
내 속도를 알고 지키야지
세상 여행 끝내고
저 끝에 닿을 때까지
오늘도 나는 운. 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