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煙霧)

아들을 연무대(鍊武臺)에 두고 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by 정썰

그녀가

운다.

저 놈

군대 가서 고생 좀 해봐야 한다던

그녀가

울었다.


연무(鍊武)에 들기 전부터

그렁그렁 시동을 걸더니

마지막 포옹 후

아들의 등 뒤로

세상이 뿌예지자

펑펑 울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그날

첫 등원 날

어린이집 앞마당 문, 그 낭떠러지 끝에서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울던

그 꼬맹이가

순간

겹쳤는데

이내

멀어질수록

점점 더 넓어지는 어깨가

나를 더 울컥하게 했다.


입하(立夏)가 한참 지나

익을 데로 익어 축축 처지는 무더위를 헤치고

겅중겅중

걸어 들어간다.

입추(立秋)로 향한다.


입소(入所)가 끝나자

장대비가 내렸고

불량한 크리스천, 집사 둘은

예배당에 들어 읍소(泣訴)하듯 기도하고,

짧고 긴 편지를 써 부치고

연무(鍊武)를 빠져나왔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 연무(煙霧)는 집까지 따라왔고,

녀석이 비우고 간 작은 방 안은 진공으로 먹먹했다.


오늘 밤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치고

날카로운 기상나팔에 눈 뜨면 아득하고 겁도 나겠지만

이 땅에 살면서 지어야 할 매듭,

살아내기 위해 맺어야 할 또 하나의 마디.


아들이 연무(鍊武)를 마치고,

아내의 연무(煙霧)가 걷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젖어 돌아오는 길에

다행히도

마음 한 편이 보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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