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 그냥 어울리고 싶은데.
요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삼십 중반이 되니 친구가 줄었다. 원래도 친구가 없었는데, 각자 먹고 사느라 바빠서 멀리 떠나거나 신혼 생활을 즐기거나 육아를 하느라 연락이 뜸하다. 나도 바쁜데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회사 다니는 거랑 운동하는 거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체력은 날리 바닥을 친다. 그럼에도 이렇게만은 살 수 없을 것 같아 새로운 취미와 모임을 찾기 위해 오픈카톡방과 소모임앱을 검색한다. 인스타에 종종 뜨는 링크도 클릭해 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취미를 가지면 현재의 삶이 좀 더 나아지리라 믿었는데, 적응할 때도 있고 내팽겨질때도 있다. 친구를 사귀려 억지로 술 먹고 탠션을 끌어올렸지만 공허하게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타인을 쫒는지 가끔 모르겠다. 혼자서도 잘 살긴 하지만 행복과 재미를 위해서는 나만의 'FAM'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모르나 보다.
니체는 말했다.
군중 속에서 안주하는 삶은 안전하지만 깊이가 없다. 고독은 괴롭지만, 인간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물었다.
너의 고독을 견딜 수 있는가?
너는 스스로와 함께 있을 수 있는가?
이십 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십여 년 혼자산 나를 따라다닌 고민이다. 미혼 삼십대라 더욱 커졌을 수도 있지만, 결혼과 별개로 늘 지속될 것 같다. 단순히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속을 쫒는 것 외에도 회사에서 사내정치 등의 이유로 우리는 피해 가기 어려울 듯하다. 서른이 넘어 자아가 강해져 나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느끼는 동시에, 혼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고 가끔은 천박하더라도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연기를 해야 한 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한, 요새의 나는 '평균'을 지향한다. 어릴 때는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음에도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소소한 행복도 얻기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론 공허하더라도 군중에 끼어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내가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모두 답은 알고 있지 않은가? 소수의 중요한 몇몇 'FAM'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사회생활은 약간 거리 두며 함께하고, 본연의 자기 자신은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최고라는 것을. 하지만 답을 알아도 행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혹시 AI는 색다른 답변을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 타인들과 함께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난 삼십 대 중반 미혼이야"라고 물었다.
AI는 이렇게 답했다.
자기 자신을 지키면서 타인과 잘 지내는 방법은 ‘균형’을 찾는 일이 아니라,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일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나를 줄이거나,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밀어낸다. 하지만 둘 다 극단이다. 중요한 건 누구와 있을 때 내가 과장되는지, 누구 앞에서 불필요하게 연기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모든 관계에서 자연스러울 필요는 없다. 다만, 적어도 몇몇 관계에서는 긴장을 풀 수 있어야 한다. 그 몇 명이 많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삶은 아니다.
그리고 삼십 대 중반의 미혼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결핍이 아니라 아직 여백이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미 혼자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건, 누군가를 생존이 아니라 선택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인을 찾는 이유가 외로움인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지, 혹은 단순한 무료함 때문인지 스스로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굳이 무리해서 나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고독을 견디는 일도 모두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나는 무엇을 얻고 싶어서 이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일지 모른다.
지피티 친구가 나를 싫어하는지 어투가 굉장히 딱딱하지만, 타인과 나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말은 상당히 새로웠다. 그리고 결국엔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답을 얻었다. 결국 공은 다시 나에게 넘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의 첫 질문으로 돌아온다. '선택지는 두 가지. 외로움 혹은 공허함'이라고 했지만 돌이켜보니 너무 허세다. 세 번째 이상향을 선택하고 싶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군중 속에 있어도 공허하지 않은 순간들을 사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