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려고 노력했을 때의 음악

Valentine - Fred Hersch

by 캔따개주인

입시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들이 조각조각 기억이 납니다. 제 그때 상태는 매우 혼란했지만 해야할 일이 남았기에 그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결과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반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해내보려고 했죠.


부모님은 재수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다녀보라고, 겪어보라고 하셨지요. 누나때도 비슷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입시의 거의 막바지에 겨우겨우 한 학교에 붙었습니다. 감사보다는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안되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이었지요.


정말 가고 싶던 대학의 실기시험 중, 알고 있는 것을 틀렸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퉁명하게 말씀하셨죠. “피아노 전공인데 그걸 모르냐.”

는 듯이요.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알고 있다고 반박할 수 없었죠.

그 시험을 보고 집으로 가던 중, 좋아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냥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이 친구에게 고백을 하고 차였지만, 그래도 위로 받고 싶었습니다. 통화음 다음으로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 후에 무슨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조금 울었나봅니다.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은 점심을 먹고 입시를 준비하러 가는 그런 형태가 있었다고 할까요.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은 후,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반에서는 제가 1호로 허락을 받았지요. 그런데 다른 친구가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학교를 조퇴한 것입니다. 그러더니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며 “너가 반 분위기를 흐렸다”라고 하시더군요. 굉장히 서러웠고, 억울했습니다.


한번은 부모님께서 다른 학원에서 실력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딱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열심히 연주하였으나 탁월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다고 평을 받았습니다.


학원 총무님이 학원일을 그만두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총무님을 병아리 총무님이라며 장난쳤었죠. 각 연습실마다 들르시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었죠. 그러고 갑자기 제 손을 잡고 우셨습니다. 지금처럼 하라고, 잘될거니까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로 기대를 받은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죠. 부모님은 학업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면 시켜준다 했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부모님은 열불같이 화를 내시며 당장 학원을 그만두라고 하셨습니다. 매우 속상했지만 어쨌거나 학원을 갔는데, 총무님이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무슨 일 있냐고 말이죠. 듣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울면서 별말은 안했지만, 넌지시 알고 있으셨나 봅니다.


고1 때부터 연습실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친구들은 땀냄새가 너무 심하다며 제 방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 했습니다. 주말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연휴에도 학원에 가서 연습을 했습니다. 어떤 형은 제게 수행을 하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중의적인 의미였겠지요.


프레드 허쉬의 발렌타인은 제 입시곡 중 하나였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속에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 이루지 못한 것이야말로 영원한 것 아닐까요.


https://youtu.be/1BARaUnqeBs?si=ghjndM_1EeIN7hCC

Valentine - Fred Hersch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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