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어리숙 했을 때의 음악

Come away with me - Norah jones

by 캔따개주인

고2 때, 처음 봤었습니다.

노라 존스 말고

짝사랑하던 친구를요.


짧은 머리, 진한 눈썹. 노란색 가방을 메고 등교하던 공부 잘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같은 반이었지만 처음에 별반 관심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늘 그렇듯 게임과 연습에 미쳐있었으니 애초에 여자애들에게 관심이나 있었을까요.


그러다 한 번은 하교를 하던 중, 누군지 모를 무뢰배 같은 놈이 1층에 버려야 할 쓰레기봉투를 계단 쓰레기통에 버러 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 꼴이 보기 싫었는지, 쓰레기봉투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교문을 나가려는데, 그 친구가 처음 말을 걸어왔습니다. 쓰레기봉투 버리는 거 봤다며 정말 착하다고 해주었죠.


그러고는 피아노 치는 거 안다고, A 밴드부 아니냐고 했고, 자기는 B 밴드부를 하고 있다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말했었습니다.


여기까지였다면 호기심으로 남아 있었을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얘기하며 같이 하교하던 중, 저의 다른 친한 남자애가 와서 새끼손가락을 치들며

“혹시 애인이야?”

라며 놀리기 위한 농담을 했습니다.


그 농담까지였더라도. 그냥 구린 장난이었겠구나 싶었을까요. 그 여자애는 꿈에 까지 나왔습니다. 꿈에 나와서는 같이 시시한 농담을 했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 대해 알고 싶어 졌습니다.


계속 그 친구에 대해서 알아가며, 더 마음이 커졌고 결국 고백을 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 못했었죠.

“내 마음을 전달해야겠다! “

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선물을 처음 해보는 이것저것 다 준비했었습니다. 목도리, 편지 그리고 앨범…

Norah Jones의 Come away with me였습니다.


그 앨범을 너무 좋아해서 닳을 정도로 좋아했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그 친구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모르게, 사물함에 넣어놨고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나서 엄청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 몰래 조용히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망했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방법도 너무 어리숙했고, 무엇보다 아무 반응이 없었거든요. 나의 짝사랑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이제 정말 음악뿐이야…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다음날이었을 겁니다. 기운 없이 엎드려 책상에 엎드려 수업 교과서를 찾고 있었죠. 그러다 책상서랍에 낯선 물체가 손에 잡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물건의 정체는 앨범이었습니다. 일종의 컴필레이션 앨범이었고 앨범 안 작은 종이에 편지가 있었습니다.


사실 글 내용 전체로 보면 분명한 거절이었습니다. 여지는 지금 생각해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사려 깊은 거절에 거절인 줄 몰랐나 봅니다.


“난 너의 팬이야”

라는 말.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그 친구를 어떻게 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그러고는 몇 년이나 더 좋아했고, 고백도 해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추한 모습이었죠. 그렇지만 그때마다 사려 깊게 거절해 주었고 저도 자연스럽게 미련이 없어졌습니다.


언제나 생각해도 고마운 친구입니다. 제가 처음 좋아한 친구가 그 친구여서 정말 행운이었고,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ps. Norah jones의 Come away with me는 너무 좋아한 탓에 선물로 주고 한 장 더 샀습니다.


https://youtu.be/lbjZPFBD6JU?si=Id3rVtGWad7wg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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