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도리어 들려오는 낯익은 생각들
그곳에서 한낮을 앓아야 했던
순진한 회색빛 날들
언젠간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어디서 부타라 말하긴 쉬워졌다
도저히 아쉽지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
흔히 불리는 운명이란 것인지
우연히 스쳐간 열병일 뿐이었는지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일지.
마음을 다지듯 접어낸다
나비가 날아와 손끝에 앉는 걸 바라본다
낡아버린 날개가 양손을 포개게 만든다
나는 슬프고도
또 무심하다
끝나지 않을 이 이야기 속에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회한이었을까
아픔이었을까
이 반쪽짜리 세상에서
맴돌게 된 것이
그러다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