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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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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24. 2022

반틈의 삶





들이쉰 숨이 내쉰 숨을 밀어낸다

붉게 달아오른 뺨이 손끝에 묻어난다

찰방거리는 물이 바람을 업고 간다

그림자 서린 뒷모습이 기억을 재촉한다




그러는 동안 해가 변했고

산이 변했고 땅이 변했으며 

바다가 변했고 하늘이 변했다

진득한 별빛만을 남긴 채




감동이 부재하는 장면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산의 그림자를 쫓아

땅의 텁텁함을 솎아

바다의 찬기운을 받아

하늘의 부드러움을 감싸

그렇게 무(無)를 고민해낸다




어둠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모두의 색이 같아질 때면

비어버린 하늘이 영원을 불러온다 걸

끈적한 별빛 사이에서 깨닫곤 한다

만약 그 조차도 무감각해진다면

아마 한 손으로 기도를 하게 되겠지

별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둠을 소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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