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외로움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최승자의 시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동료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두 그릇 먹어야 해.
외로움이 많거든.
밤이 깊으면 배고플 때가 많았다. 그럴 땐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리운 것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중국의 어느 지역을 지나고 있는데 구름을 한참 지켜보던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그립긴 한데 얼굴이 없다.
지난밤에 그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리운 사람이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얼굴이 지워져 있었다.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밥을 많이 먹었다.
고리의 왕성한 식욕은 외로움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먹이통에 먹이를 붇자 쉬지 않고 짧은 시간에 다 먹어 치우고 나를 본다. 그리고 소리를 낸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더 달라는 느낌.
더 주지 않아서 자꾸 소리를 내는 걸까. 내가 모른 척 하면 물을 마신다. 빠른 속도로 물의 양이 줄어든다. 고양이는 물을 잘 안 마신다던데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고양이는 처음이다.
나는 지난 번 임보자로부터 먹이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종이컵에 가득 사료를 부은 다음 세 번에 나누어 주세요.
그것보다 더 주고 있는데 살이 찌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뭐라도 먹으려고 하는 것은 혼자라는 걸 잊어보려는 노력일까. 더 먹어도 살찌지 않는 것은 외로움이 풀리지 않아서일까.
나도 외로울 땐 배고프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사람을 만나서 배부르게 먹고 온 날에 유독 배가 고프다. 일부러 찾아갔지만 그리운 사람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