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베오그라드에서 만난 한국인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by 카렌



칼레메그단 요새의 야경을 감상한 후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를 지나 돌아왔는데 호텔 입구에서 한국인 두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야,라고 말하자 제이가 앞서 가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했을 때 어색해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모르는 사람끼리 웬 인사지, 하면서 말이다. 특히 호텔 팩을 통해 여행 온 사람이 그렇다. 우리야 자유 여행을 와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 힘들지만 그들은 한국 사람들끼리 여행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별로 반갑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은 부부였다. 나이는 육십에 가까웠다.


- 혹시 시내에 가보셨습니까.

남자 분이 내게 물었다.

- 거기서 오는 길인데요.

- 저희도 거기 가보려고 하는데 길을 몰라서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 별로 멀지도 위험하지 않은 길이에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두 분을 모시고 다시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로 갔다.

제이가 두 분을 거기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은 어떠냐고 해서였다. 어느 새 제이와 여자 분은 오래 사귄 친구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두 사람이 신기했다.


기차역이 가까운 우리의 호텔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어두운 골목을 하나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이 두 분에게는 상당히 위험해 보였나 보다. 거기까지 갔다가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되돌아왔다고 남자 분이 말했다.


거기만 벗어나면 금방 색색의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거리의 시작이었다.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는지 놀란 남자 분이 말했다.


- 택시 기사에게 물었더니 호텔에서 아주 멀다고 하더군요.

- 그렇게 말하지 않을 택시 기사가 이 나라에는 없을 겁니다.


들어보니 요금도 아주 비싸게 불렀다.


- 그 택시를 탔다면 아마 도시를 몇 번 빙빙 돌다 여기 왔을 거예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미하일로바 거리의 무지개 사탕 가게. 저녁이 되면 가장 화려해보이는 가게가 된다.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는 칼레 메그단 요새까지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요새를 보는 것만으로도 베오그라드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요새 근처에 가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두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말하고 두 분이서 한 번 다녀오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자, 남자 분은 두렵다고 말했다.


- 원래는 가이드가 위험한 곳이라고 외출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모험을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 이 도시를 두렵게 만들어야 가이드의 능력이 빛나는 겁니다. 위험한 도시가 아닙니다. 용기를 내세요.

- 호텔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함께 있다가 같이 돌아갈 수 없겠습니까.


남자 분의 말씀은 조심스럽고 간절했다.


- 한 삼십 분 정도 함께 있어 드릴 수 있는데, 저기서 차를 한 잔 마시는 건 어떤가요. 저기 앉아서 거리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내가 제안하자, 그게 좋겠다고 남자분이 말했다.


크네즈 미하일로바의 야경. 이 거리의 끝은 칼레메그단 요새로 이어진다.


우주에 다녀온 사람은 백여 명이 넘지만 진정으로 우주를 만져본 사람은 없다.


그들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경험했다. 우주선은 지구의 환경과 비슷했고 우주복의 안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지구를 타고 가서 작은 지구를 입고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다니는 것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복을 입고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베오그라드를 직접 만져 볼 수가 없다. 우주인인 듯 하지만 사실은 지구인이고 여행자가 되려 했지만 사실은 관광객으로 그냥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8인실 게스트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