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와 일본

마케도니아의 스코페

by 카렌

마케도니아의 국기가 여기저기 펄럭이고 있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국기다. 마케도니아 국기는 원래 저렇게 생긴 것이 아니었다. 동그란 원에서 열 여섯 개의 빛이 퍼저 나가는 모양이 중앙에 그려져 있었다. 이른바 16각형의 별. 그러한 문양을 반대한 것은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그 문양이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과 관련 있으므로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유산으로 보았다.(그리스는 고대 마케도니아인들이 그리스인이라고 믿는다.) 실제 그 문양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립 2세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되었다.


자신들이 독립된 국가임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마케도니아는 베르기나의 별이라고도 하는 그것을 인쇄해서 여기저기 배포했다. 나중에 여러 가지 이유가 덧붙여져 화가 난 그리스는 데살로니카 항구를 폐쇄함으로써 마케도니아로 들어가는 물자를 통제했다.


결국 마케도니아는 한 발 물러서 원래의 국기를 변형 시켜 가운데 태양에서 뻗어나가는 8개의 햇살을 가진 국기를 완성했다.


완성하고 보니 재밌게도 일본 자위대가 사용하는 욱일기의 모양과 비슷했다. 색깔만 조금 다를 뿐이다. 마케도니아 국기를 본 누군가가 인터넷에 마케도니아와 일본이 혹시 형제 사이인가요, 하는 질문을 올려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국기만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 구경을 나섰다.


도시는 짧은 시간 걸어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중심에는 웅장한 건물이 많았다. 건물들은 모두 오래 된 것 같지가 않았다. 신축 건물 느낌이 많이 났다. 마케도니아 정부가 출범한 것이 1991년도의 일이니까 태어난 지 채 25살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건물 옥상마다 욱일기 비슷한 깃발이 묵직하게 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우리는 곧 스코페의 상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스코페의 상징은 동상들이다. 이렇게 많은 동상들이 한 곳에 집중해 있는 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다리 하나를 건너는데도 열 개가 넘는 동상들이 서 있고 그 동상들이 다리 하나 하나 마다 서 있다. 건물의 옥상에서도 삥 둘러 동상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별로 쓸모 없어 보이는 것에 대한 무자비한 투자를 두고 두 가지 의견이 있었다.


- 이 동상들이 우리를 유럽의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에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이 동상들 때문이야.


내가 유일하게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던 동상은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개선문을 지나자 그는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인더스 강을 건너면 그곳에 세상의 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가자고 동료들과 부하들을 설득했지만 그들은 모두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했다. 누구나에게 자신만의 끝은 따로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여기서 태어나 스무 살에 왕이 된 후,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33세에 바빌론에서 열병으로 죽었다.


- 근데 말이야. 알렉산더 대왕과 지금 이곳 사람들은 민족이 다르거든.


알렉산더 대왕이 마케도니아가 ‘키 큰 사람’이란 뜻을 가졌을 때의 사람이라면 현재의 사람들은 마케도니아를 지리적인 의미로만 사용할 때의 사람 있었다. 민족이 다른 사람을 이렇게 영웅시 하는 것이 조금 석연치 않았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음은 안다. 민족이 달랐던 고대마케도니아인까지 그들의 조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케도니아는 많은 문화적 유산을 그리스에 넘겨주어야 할 입장이었다. 그래서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마케도니아 내에 존재하는 그리스 문화유산에 대한 권리 선언을 해버렸다.


얼굴을 치켜들고 알렉산더 대왕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그보다도 그의 말에게 눈길이 더 갔다.


앞 다리를 들어 올린 말의 몸에 달린 그것은 너무도 우람해서 제이와 함께 쳐다보기가 민망했다.

- 헌데 이 동상을 완성한 사람이 여자란다.

거기서 시선을 거두며 내가 제이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