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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값은 없어요

불가리아의 소피아

by 카렌

터미널을 나서자 소피아의 첫 민낯이 드러났다.


넓은 도로 위로 트램과 버스가 달렸다. 시간은 1970년대쯤에서 멈춘 것 같았다. 트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공중에 설치된 전기 시설은 너덜너다. 트램과 버스달리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100년 전부터 나는 이 거리를 지켜보고 있었지.

최근 50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세차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는 루마니아 대사관으로 가야 했다.


민박집 주인은 터미널에서 그곳까지 가는 버스 번호를 알려주었다. 도착하면 우리가 연락하기로 했다.


버스 티켓을 구매하기 우리는 신중해졌다.


짐 값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 여행자는 버스를 탔다가 짐에 대한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서 열 배가 넘는 티켓 값을 지불했다고다.

- 그 사람이 가지고 다녔던 배낭은 정말 큰 게 아니었을까?


우리가고 다니는 작은 배낭을 생각하며 돈을 내려니 억울한 감이 있었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낭패를 보는 것보다 표를 구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제이가 말했다.

네 장을 구입하기로 했다. 우리와 각각의 짐을 위해서.


그렇게 결정하고 허름한 티켓 박스 안의 여자에게 루마니아 대사관으로 가는 버스 번호를 확인한 다음 표를 달라고 했다.


- 네 장 주세요.

- 왜요? 두 사람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혹시 우리가 넷인가, 의심스러워하는 눈치로 표 팔기를 망설였다.

- 우리에겐 짐이 있어요.


나는 몸짓으로 그렇게 말했다.


여자가 버스 터미널의 노인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우리는 짐 값은 따로 받지 않아요.


나는 다시 한 번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다는 말을 몸짓으로 해 보였다.

그러자, 그는 두 장의 티켓을 끊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 문제없어요.


버스 안에 있는 펀칭기. 버스표를 여기서 찍어야만 무임승차가 아니다. 누가 찍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두 개의 버스를 길게 이어 붙인 버스가 도착했다.


타자마자 우리는 펀칭기를 찾았다. 스스로 티켓 펀칭을 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마침내 발견한 펀칭기는 뭐라고 말하기에 지나치게 심플했다. 그래도 유럽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루마니아 대사관이 나올 때까지 주위 승객들에게 ‘루만스코 뽀솔스토브’라고 물어보았다. 루마니아 대사관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