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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노인

불가리아의 소피아

by 카렌

터미널에 도착하자 노인이 다가왔다.


그의 몸짓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열흘 전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자, 이제 당신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어서 내게 말해주세요.


소피아를 거쳐 우리는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로 향할 예정이었다. 미리 표를 예매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노인이 의심스러워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의 목에는 신분증으로 보이는 것이 걸려 있었다. 이곳 직원 같은데 너무 더러운 옷을 입고 있어서 신뢰할 수가 없었다.


제이가, 따라 갈 거야? 하고 물었다. 가보자,라고 대답했더니 먼저 말 걸어오는 사람을 조심해.라고 했다.


노인은 한 버스 회사 앞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표 사기를 주저하자 그는 여기밖에 없다고 했다.


이 분이 우리를 소개해 주는 조건으로 커미션을 받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훨씬 비싼 가격에 표를 사야하는 아닌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약을 거부 한 것은 버스 시간 때문이었다. 버스는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하거나 너무 캄캄한 밤에 도착했다.(나중에 우리는 스코페로 향하는 버스 회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버스 터미널 밖에 버스 터미널이 하나 더 있었다.) 내가 표를 예매하지 않겠다고 하자 노인은 양쪽 어깨를 으쓱하더니 평화롭게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 내가 기다려야 했던 사람은 당신이 아닌 것 같아요. 미안해요.


그는 떠나면서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호객꾼들처럼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 당신을 기다린 열흘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주세요.

아니면 이런 말.


- 짧지만 우리의 우정을 생각해 주세요.


제이는 노인을 의심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선과 악은 그 얼굴이 같아서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헤어지고 난 다음 내게 어떤 기분이 드느냐 하는 것이다.


노인은 우리를 소름 돋게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