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에서 소피아
눈을 떠보니 오른쪽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구름다리라고 생각한다면 올라가는 왼쪽 계단만 있고 내려오는 오른쪽 계단은 없는 모양이었다. 예뻐서 제이를 깨웠다.
- 너, 무지개의 유래 알아?
- 알지.
- 뭐야?
- 노아의 방주 말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제이가 아는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런 거였다. 에덴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죄를 지으며 살아갔다. 그것을 지켜본 신은 인간을 만든 것을 후회했다. 홍수를 내려 싹 쓸어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늘 신에게 순종했던 노아와 그의 가족은 살려주기로 했다. 그에게 가족들을 구할 배를 만들게 했고 노아는 그렇게 했다.
신의 뜻대로 그는 동물들의 암수 한 쌍씩과 곡물을 실었다. 비는 밤낮을 쉬지 않고 사십일 이상 내렸다. 비가 그치고 방주는 지금의 터키에 있는 아라라트 산에 멈추었다. 신은 다시 물로 세상을 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속의 징표로 무지개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근처에 섬이 하나 있어. 산타크루스라고. 오래전 그 섬에 추마시라고 불리는 부족들이 살고 있었어. 그들의 어머니는 땅의 여신인 후타시였고 아버지는 밤 하늘에 떠 있는 은하수였지. 두 분의 금슬이 좋아서였는지 섬에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어. 섬은 점점 더 시끄러워졌고 후타시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했지. 그래서 사람들의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어. 그렇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 무지개야.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던 사람들 중 일부가 바다로 떨어졌어. 그들은 돌고래가 되었지.
-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렇지 자식을 어떻게 다른 데로 보낼 수 있어?
- 육아가 그만큼 힘들다는 뜻 아니겠어?
우리의 이야기는 가끔씩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제이가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다.
무지개가 가만히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이려면 끊임없이 빗방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 해. 빨강 자리에 있던 빗방울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로 바뀌고 빨강 자리엔 또 다른 빗방울이 떨어져서 빨강을 만들어. 그리고 그 빗방울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색깔이 바뀌지. 그렇게 쉬지 않고 떨어져야 튼튼한 무지개 다리가 만들어지는 거야.
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말들이 노닐고 있었다.
나무가 없는 산들도 이어졌다. 나무가 없는 산이라서 좀 신기했는데 봄이 오면 빈 곳들은 모두 풀로 가득 차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소피아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