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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란 이름

마케도니아의 스코페

by 카렌

이 나라에서도 차 배달은 남자가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남자가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찻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골목을 달려가고 있었다. 핸들을 틀 때 한 방울도 쏟아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 놀라웠다. 남자가 차 배달을 하는 것이 이슬람만의 전통은 아닌 듯싶었다. 대부분이 정교회를 믿는 나라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이 영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올드바자르 안에도 모스크가 있었다.


올드바자르의 한 식당에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했다. 음식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음식의 재료는 닭고기와 밀가루였다.


- 어떤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할 땐 음식 값이 싸기 때문인 것 같아.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게 배를 채운 뒤 내가 말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얼마 전까지도 마케도니아가 나라인 줄 몰랐다.


그리스인들처럼 어느 지역을 가리키는 말인 줄 알았다. 제이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우리가 마케도니아에 들어오게 될 줄 예상도 못했다.


마케도니아는 마케도니아가 아니다.


그런데도 마케도니아는 마케도니아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마케도니아는 마케도니아의 정식 명칭이 아닌데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UN에 등록된 마케도니아의 정식 명칭은 '구 유고슬라비아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다.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웃에 있는 그리스 때문이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마케도니아를 국명으로 쓰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어임이 분명하고 고대 마케도니아인은 그리스인인데 이 말이 그리스 밖에서 사용된다면 역사적 유산과 자산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리스는 생각했다.


나중에 그리스가 한 발 양보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럼, 좋아. 마케도니아를 사용해. 대신 거기에 이런 수식어를 붙어야 해. 슬라브. 그러니까 ‘슬라브 마케도니아’, 내가 여기까지는 허락해 줄게.

마케도니아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다 여차여차한 이유로 '구 유고슬라비아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긴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주변국이나 관광객들은 그냥 마케도니아를 마케도니아라고 부른다.


- 분쟁은 늘 옆 집 사람과 생기는 것 같아.


마더 데레사 기념관 쪽으로 걸어가며 내가 말했다.


- 멀리 있는 것들끼리는 서로 상관이 없어. 중국이 아프리카를 점령하지 못했던 것도, 원나라가 영국을 지배하지 않았던 것도 알렉산더가 인도를 점령하지 못했던 것도 다 멀어서야. 멀리 있으면 서로 상처 줄 일도 없어.


마케도니아가 겪었던 내전도 마케도니아인과 알바니아인이 서로 가까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케도니아에 알바니아인은 20%가 넘는다. 마케도니아가 세르비아나, 불가리아, 그리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것처럼 알바니아인은 마케도니아인들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다. 물론 마케도니아는 허락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