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결실.
한동안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영주권 진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우리에게도 외국인노동자에서 캐나다 영주권자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처음 막 벤쿠버에 도착 했을 땐, 마냥 호기심에 모든 것이 새로워서 알아가는 재미에 신이 났었던 것 같고, 누구나 다 걱정 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이기에 꼭 필요한 체류비자 그리고 타이밍과 운도 알게 모르게 너무나도 중요해서 중간중간 비자기다리며 붕 뜨는 시간에 무얼 해야하나 방황했던 시간들. 점점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여긴 어디인가, 무엇을위해? 라는 자아정체성과 나의 삶의 방향을 잃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결과를 기대하고 안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고 괜히 나중에 헛수고하는 건 아닐까 큰 불안감에 잘한 선택일까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의심이 들 때도 많았다.
처음엔 내가 생각하던대로 여기 벤쿠버 사람들은 욕심내지 않고 소신있게 자연과 더불어 여유를 즐기며 사는 모습, 남들 보며 따지고 재기보단 자기 삶의 집중하며 사는 모습 등 모든게 좋아 보였던 것 같다. 살기 좋은 나라라고 알려진 만큼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 좋은 밴쿠버에서 여름이 되면 환상적인 날씨와 함께 호숫가 근처 풀 밭에 누워 독서하고 노래들으며 낮잠 잘 수 있는 곳. 밤 10시까지 해가 지지 않아 가까운 바다 앞에 나가 앉아 멍 때리고 여름이 지나 가을 그리고 봄에는 비가 너무 자주 내려 빗소리들으며 늦잠 잘 수 있는 행복한 주말 그리고 그 자연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여유가 있는 만큼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찾아오고 '레인쿠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너무 자주 와서 해가 그리워 질 때도 있고 비타민 D를 달고 살아야하지만, 벤쿠버에서 살면 시간이 없어 여행 못 갈 일은 없을 것 같았고 일 때문에 가족 그리고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못 가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매력에 빠져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에서 벗어나면 이러한 삶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그렇게 4년을 버티고 즐기고 버텼다. 일 끝나고도 나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가질 수 있는게 좋았지만 다 좋으면 뭐해 같이 즐길 수 있는 내 가족 그리고 십년지기 친구들이 없는데..? 라는 생각이 매일 들기도 했고, 한 두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엄마아빠 생각은 더 커져만 갔다. 십년지기 친구들과도 더 많은 추억은 쌓지 못하고 그저 추억을 꺼내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다는게 어느 순간 슬프기도, 가끔씩 너무 외롭기도 했다. 또 마냥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그 삶이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되니 일하고 돈벌다 보면 일 때문에 지치는 날도 있고, 매일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는 날도 많아서 가끔씩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도 잠깐 잊고 '여긴 뭐가달라. 똑같네' 이런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잠깐 이렇게 살았는데도 부모님들은 언제 그렇게 일해서 돈 모으고 자식키우고 매일 뭐먹을지 걱정하며 이렇게 살아왔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결정을 쉽게 내리는 내가 영주권 앞에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는게 있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그것 때문에 항상 끝을 못보고 돌아서버린 것 같아 내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보는 인생에서 나에게 주는 제일 큰 과제였던 것 같다. '평생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받아놓고 나면 선택의기회는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하며 긍정적으로 좋은 것만 보며 지냈던 것 같다. 모든 것에는 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이니.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결과만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것 보다 잘될꺼라고 그냥 나를 믿고 서로를 믿고 하루하루에 더 신경쓰고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불안해하기 보다 '안되면 그때가서 생각해, 내 운명이야 ' 그냥 마음가짐을 쿨하게 먹으니 머리도 안아프고 시간도 더 빨리 갔던 것 같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미래의 결과는 잠시 잊고 소중한 일상, 시간을 즐기는 법도 알아 갔던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이순간, 여기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추억도 많이 쌓으며 더 돈독해진 것 같다.
그리고 내 편 하나 없었던 타지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같이 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지칠 때 잡아주고 웃음을 계속 가져다 준 친구이자 앞으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줄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고 2014년에 만나 현재 2018년까지 함께 쭈욱 지켜온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배려에 더 힘내며 버텼던 것 같다.
여기에 온 사람들마다 다 개개인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정착하려는 이유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좀 더 많은 경험과 여행을 하기 위해 취업을 앞두고 워킹할리데이로 온 사람들도 있고, 대학교 졸업 후 5년-10년 매일 똑같은 일상을 열심히 일하며 살다가 지쳐서 외국에 가면 좀 더 여유있게 일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희망을 가지고 정착하러 나온 사람들 등등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그 희망 뒤엔 약간의 실망감과 회의감 그리고 외로움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어떻게 즐기고 사는가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에게 달린 것 같다. 사람은 항상 자기가 있는 곳에서 반복된 삶을 살다보면 지루함을 느끼고 힘듬이 몰려오는 순간,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장점은 잊은 채 단점만 부각시켜 실증 낼때가 자주 있다. 나 또한 그것을 반복하고 약해질 때가 자주 있었다. 그 때마다 이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 항상 고민하고 무엇이 정답인지를 놓고 항상 생각이 많아졌다. 벤쿠버 여기도 예외없이 그런 곳이다. 그냥 내가 선택한 결정과 일 모든 것에 장점을 보며 달려가는 것이 한편으론 현명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론 목표하나만 생각하고 앞만보고 달려가는 것도 생각많아지고 약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화이팅 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각자 자기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목표 그리고 행복의 기준이 다 다르니 무엇이 맞다 아니다라고 평가 할 수 없는 것 같다. 행복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어느 하나 정답이다 라고 저렇게 살아야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정해놓은 이상한 기준과 틀안에 갖혀 나는 부족하고 못난사람이라고 불행 해 하기 보단 자신이 그려놓은 꿈과 행복 안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꿈은 곧 현실이 되고 또 그 현실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또 다른 꿈과 목표,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달려가고 삶은 이 패턴의 반복인 듯하다. 그 과정에서 또 분명 실망하고 속상하고 아쉬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고 가다보면 어느 덧 꿈이 현실이 되어 그 앞에 서있게 되는 것 같다. 말과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감정들을 조금씩 꺼내보며 '이랬지, 저랬지'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게 다행이고 4년동안 타지에 딸 보내놓고 매일 같이 걱정하고 울고 웃으며 힘든 일 있을때마다 친구처럼 다 들어주고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잘되라 기도해 준 엄마와 아빠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2018년 봄날에 쉼표를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