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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준 Jan 04. 2016

환갑

1.

늘 같은 자리에 같은 얼굴로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벌써 환갑이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흰 머리카락도 듬성듬성 보이고 주름도 늘었다.

눈가 역시 좀 더 패이고 로션 하나만 바르고도 좋았던 피부이제 예전 같아 보이지 않는다.


2.

자식이 결혼해야 마음이 놓이는 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제 조카도 있으니

당분간 그 말을 듣지 않을 거라 방심했던 나는

보기 좋게 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3.

올해는 환갑이라 봉투에 지폐 몇 장을 더 넣었다.

'고마워'하고 마치 살 거라도 생각난 듯

웃으며 받았지만

또 가판대에 싸구려 티 쪼가리 하나 사고

남은 돈은 생활비로 탕진할 테지.


4.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직도 가족을 찍어주는 것은 어색하다.

하지만 오늘은 엄마를 몇 장 담고 싶던 터라

나는 도촬을 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초점은 뒤로 가버렸지만

싫지 않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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