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네가 어떤 존재냐 물었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발그레해진 볼로 너는
내 목구멍을 거쳐 입술 밖으로 뱉어질 나의 마음들에 온정신을 집중하며
작게 침을 꼴깍, 넘겼지.
그런 너의 모습이 꽤나 귀여워서
나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는 것 아니?
너는 나를 사랑하기에 묻는구나,
너는 나를 사랑하기에 뚫어져라 내 입술을 보며 내 마음들을 기다리는구나 싶어
무척이나 흐뭇하기도 했어.
너.
너.
나에게 너라니.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아아, 어떤 말로 표현이 될까.
가냘픈 떨림과 수줍은 기다림으로 날 바라보는 너를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마는
혹 너에게 이 깊은 마음 다 전해지지 못할까
신중히 신중히 말을 고르고 있었던 나의 모습에,
속으로 웃던 것을 감추지 못하고 어느새 올라간 입꼬리, 동그랗게 뜨고 널 담고 있는 눈을 보이던 나의 모습에
너는 순간 겁을 먹고는
금방이라도 후두둑, 눈물을 떨어트릴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지.
어쩌면
나의 마음이 너를 이렇게 겁먹게 하진 않을까, 내 마음이 깊어질수록 네가 빠질 물도 깊어져 숨막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덜컥 두려울 때도 있었어.
너,라니.
나란 존재에게 너란 존재라니.
존재가 존재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만큼 경이로운 일이 또 있을까?
있지, 나에게 너는
이미 그 무엇의 존재가 되었고
내가 되었어.
네게
너를 말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해 두렵다.
그저,
그저 말이다.
내게 너는 말야.
너로써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