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더럽다.
비춰지는 나도 지저분해 보인다.
내가 먼지투성이인 것이 아니라
내게 땟자국이 가득한 게 아니라
내가 비춰진 곳이 얼마나 맑느냐가
나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대가 내게 인상을 찌푸리어 나는
부족한 나를 책망하였으나
사실 그대의 거울이 더러운 것이었고
그대가 나를 맑게 바라봐 주어 나는
나의 부족함에 더욱 직면하여 용기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저
당신이란 거울 앞에 비추어진 하나의 피사체였을 뿐.
나는 그대 앞에 작아질 것도 없고
책망 받을 것도 없다.
당신이란 거울이
날 얼마나 깨끗하게 비추는지는
당신 앞에 내가 섰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될지니,
나는 그것을
작은 심판대로 부를 일이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그대 앞에 선다.
판단은
그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