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 날을 기억해.
네가 먼저 가버렸을까 맘 졸이며
부단히 그 빗속을 뛰었지.
내 철썩대던 발소리, 그리고 가쁜 숨소리가 지금도 귀에 맴도는 것 같아.
사실 그때 난
널 놓치지 않았어.
네 모습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 멈춰 섰던 거였지.
아니, 발걸음이 더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을 거야.
그 빗속에서 우두커니 서
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보기만 했을 뿐인데
내 마음은 왜 그리도 처참했던 걸까.
일그러지는 얼굴 위로
추적한 비는 하염없이 부딪혔어.
내가 눈물 흘리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 적막한 소음의 빗방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무겁게 등돌려 걷던 내 발이 내는
찰박이는 물 웅덩이 소리가
너에게 미처 닿지 못한 내 울림 같았어.
그렇게 그 비는 밤새 차갑게 내렸고
나는 뜨겁게 열을 내며 앓았지.
그거 아니.
그날 후로 난
비를 맞은 다음 날이면 늘 몸살이 나.
그 날의 까아만 밤비를 기억하는 듯
그 날 네게 닿지 못한 마음들을 처벌하는 듯 말이야.
그래,
그날 후로 난,
비를 맞으면 늘
몸살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