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로 정상 체온입니다.”
내 몸의 온도는 정상이라고 했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어두운 방에서 암순응을 마친 나는 좌로 쭈그려 누워 눈을 감는다.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있는데,
오른 다리가 시려.
배때기가 차가워. 어깨춤이 시려.
어디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나 두 눈 굴려보니,
아이고,
가슴이었구나.
헛헛하게 뚫린 가슴에 손을 가만 대본다.
막아지지 않는 그 구멍을 어찌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따뜻한 빛이라도 쬐면 조금은 나아질지 몰라.
핸드폰을 켜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을테지만
행복만을 업로드한 차갑게 따뜻한 공간.
어쩐지 그 불빛으로는 가슴은 단 한 켠도 데워지지가 않는다.
누군가의 불행 앞에선 조금은 달아오르지 않을까.
우울함과 공허함에 빠진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는다.
처절하게 외로움을 외치고 아픔을 호소하는 뜨거운 문장들.
타오르는 그 활자 앞에서의 나는 강 너머 불구경이다.
불이 옮겨붙을 걸 기대했건만
여전히 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내 가슴.
이런 내가 정상 온도라니.
체온계는 고장난 것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