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질 때가 있어. 그냥 관두고 싶고 그냥 쉬고 싶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을 때.
무엇에서 비롯된 마음일까 가만 생각해 보면, 있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임을 금방 알게 돼.
방향성을 잃고 의미가 혼돈하게 되면 그 자리에 멈추고 싶어지는 거지.
그건 사람의 본능일까,
악이라 불리는 무언가의 속삭임일까.
스스로의 내딛음이 없이는 어떠한 살아감도 생기를 잃기 마련인데.
나는
쉼이라는 사치를 늘 부리려 하는 건지도 몰라.
아직 갈 길이 구만 리인데
열 보마다 헥헥대고 있는 것인지도.
왜 이리도 약하고 보잘 것 없을까 싶은 마음이 또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지.
하지만 말야.
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
내가 멈춰 있어도 시간이 흐르고,
바삐 뛰어다녀도 시간이 흐른다면,
멈추는 것이 뭐 그리 나쁜 일일까, 하는.
당장 내일 일을 몰라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해도, 오늘 하루 멍하니 예쁜 하늘을 보다 내일 죽는들 뭐 그리 억울하겠냐구.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싶을 땐 조금은 불안하고 조금은 조급하고 좌절감에 젖기도 하겠지만, 그것마저도 또 하나의 내딛음이 되어 '삶'을 이룰 거야.
난 그렇게,
오늘을 쉬고 내일을 관두고 모레를 가만히 놔두려 해.
의미는, 늘 다시 생기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