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라고 하기엔 소박하고 떠있다고 하기엔 엄연히 운동하는, 말하자면 흘러가는 상태로서의 삶이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간은 찰나처럼 짧았지만 어떤 시간은 꽃잎이 겹겹이 쌓이는 것처럼 아름다워서 하늘에 번지는 웃음소리의 결마저 달랐다. 나는 이것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한 시절을 보냈지만 지나보니 어머나, 찰나였다.
지루하거나 찬란하거나.
그나마 저 둘이면 나았다. 나머지에는 도무지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다. 지루한 건 시간을 쓰는 문제였다. 긴 터널을 지나면 반드시 끝이 있었고 대부분 보상이 됐다. 찬란한 건 그 자체로 황홀했다. 어린 나이에 드문드문 깜냥에 넘치는 시선을 받았으나 양날의 검이었다. 버거운 시선을 받아내느라 치러야할 값이 컸다. 이를테면 나는 의존적인 인간이 됐고 내가 허약해지고 있는 걸 참을 수 없었지만 의연한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지도 못했다. 그렇게 자기연민과 환멸을 왔다리갔다리하며 성마른 청춘을 보냈다.
지루하거나 찬란하거나 말거나.
무엇이 나를 흘러가게 하는가를 생각한다. 가족이 있다면 가족을, 커리어를 지키고 싶다면 커리어를,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면 남은 목표를 향해 내 인생을 담보해야 한다. 이걸 이제야 알게 되는 것도 인생의 fu*king 아이러니다만, 물을 해치며 앞으로 나아가려면 하늘을 맞딱트리는 것이 필수다. 해와 달과 바람이 나를 뒤집거나 끌어나간다. 지랄맞은 건 이 세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 판국에 지루하거나 찬란한 게 대수겠니.
사랑할거면 나부터.
시링받는 일에 목맸던 일이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이제는 안다. 나부터 나를 사랑하면 나는 이미 사랑받고 있는 것일테니 조금 덜 공허했을 텐데 그걸 몰라서 사랑이 고픈 팽이처럼 원점을 향해 뱅글뱅글 돌았다. 돈을 많이 벌고싶은 목표는 없으니 다행, 딸린 식솔이 없으니 부모님껜 죄송하지만 나로선 다행, 사춘기와 청년의 고비마다 송곳같은 기억들을 물리치고 여태 똑바로 성장한 것 또한 다독다독 다행.
더디지만 선명하게 발자국을 찍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곳, 하고 싶은 일, 자신있는 것을 비로소 알아가고 있다. 이 정도면 썩 괜찮다. 단전에 힘을 모으고 뿌와이이이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