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더러 잠을 깬다. 잠의 바닥에 가만히 누웠다가 해초더미에 쓸려 수면에 올라온 것처럼 갑작스럽고 난감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까닭은 잠에서 깬 순간 몸이 살짝 떠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아마 잠에서 빠져나오느라 그런 것이겠지.
눈을 떴을 때 주변의 밝기를 가늠하면서 동시에 간밤에 어떻게 잠들었는지 행적을 추적해본다. 희부염하거나 먹먹한 어둠 속이거나 둘 중의 하나, 전자일 땐 평범하게 잠이 든 경우고 후자일 땐 술을 마셨거나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할 때다. 그러다 며칠 전엔 처음으로 무의식의 싸대기를 맞았다.
퍽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누군가 내 뺨을 호되게 내려친 직후였다. 나는 오른쪽을 향해 모로 누워있었는데 왼쪽 뺨이 잠결인데도 얼얼했다. 맵다기보다 압력이 느껴지는 두툼한 손이었다. 충격과 반감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사지는 움직여지지 않고 이거 놔 이거 놔 하며 몰아쉬는 내 목소리는 낯설었다. 숨이 잘 안쉬어지고 몸은 결박당한 듯 꼼짝할 수 없었는데 공포를 느끼진 않았고 와중에 노기등등했다. 돌려지지 않는 고개를 왜로 틀며 올려다보니 더벅머리가 삐죽삐죽 보였다. 너 누구야아아아, 하는데 더벅머리가 이히히 웃는다. 눈코입도 없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웃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망할.
그러다 가위에서 풀려나선 아 뭐야 꿈이잖아 하고 슬며시 잠의 바닥으로 내려앉았던 기억.
총총. 가을이라 머릿결이 한결 후져지는 중. 외출 전에 머리에 팩하고 캡 뒤집어쓰고 앉아 종알종알 끼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