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했다고 다 헛된 건 아니다

by 오늘

요즘 따라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나, 말만 하고 실행 안 하는 사람 아닌가?”

계획은 수첩에 빼곡하고 입으로는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실행한 건 몇 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민망할 때가 많다.

한없이 겉돌고, 시작만 해놓고 멈춘 것들이 눈에 밟힌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자책하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말만 하고 끝날까?’

그런데 정말 말만 한 건 아무 의미도 없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많은 말들은 그냥 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 전자책 실무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한 것도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이야기였다.

“나한테 될까?”, “이게 내 일과 연결될까?”

의심하면서도 입 밖에 꺼냈고, 그 말을 자꾸 반복하다 보니 실제로 수업을 듣고 수료까지 하게 됐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꼭 책 모임 한 번 해보고 싶다.”

몇 년이나 망설이고 말만 했던 일인데, 어느 날 정말 내가 주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발제문을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작엔 항상 내가 흘리듯 꺼냈던 작은 말이 있었다.


말은 때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조용히 씨앗처럼 박힌다. 그 말을 꺼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내가 어디쯤 서 있는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실행이 조금 늦어도, 계획이 매번 어그러져도 그 말 한마디는 분명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으니까.

말만 했다고 다 헛된 건 아니다.

그 말은 내가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고, 다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마음의 예열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또 한 번 말해본다.

“다음은, 진짜 브런치에 글 한 번 발행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