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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r 16. 2022

[육아 에세이] 육아는 행복해?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05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임신 기간을 포함해 육아하면서 처음으로 친구와 단둘이 만나 외식을 하고, 차도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강풍이 씽씽 부는 날인데도 바람에 떠밀려갈 정도로 우리가 가볍다며 팔짱을 끼고, 까르르 웃던 시간이 그저 너무나도 행복했다.

- 지영아, 육아는 행복해?

임신 중인 친구가 물었다.

사람들이 임신기가 행복하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며,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말했다.


- 육아는...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 우리 언니가 그랬어. 가끔 스스로가 안쓰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고. 아기 돌보느라 고데기도 못해, 화장도 못해,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으니까... 나도 그 말에 동의해.

근데... 그렇다고 아기를 낳기 전으로 돌아갈 거냐고 묻는다면 그러고 싶지 않아. 절대로.

이십 대에는 걱정 없이 즐겁고, 기쁜 마음이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좀 다른 의미로 행복한 것 같아.


안 그래도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지만 친구는 진솔하게 대답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친구와 헤어진 뒤에도 다시 한번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육아를 하면서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상상 이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행복할 때는 아이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바라보게 될 때다. 굴러가는 낙엽을 보며 신기하고, 재미있어하는 순수한 아이의 눈빛을 볼 때 나도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더하여, 부모가 되어 끝없이 베풀어주시면서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양가 부모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느끼게 된다.


신랑에게 물어봤다. 만약에 친구가 육아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거냐고. 신랑이 답했다.

- 그럼, 행복하지. 예전에 혼자 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늘 찾아다녔잖아. 그런데 지금은 눈앞에 있는 아이가 주는 행복이 크니까...


내가 되물었다.

- 근데 종일 집에서 육아하는 건 힘든 일이기도 하잖아?

- 그렇지. 그러니까 그 안에서 균형을 잘 찾는 것도 중요하지.

- 맞아. 오빠 말 들으니까 정리가 더 잘된다.


최근 아주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서른, 아홉'이다. 매일 그날 하루만 보고 살았는데 드라마 제목을 보며 생각해보니 이렇게 지내다가는 어느 순간 서른, 아홉이란 숫자를 마주할 것 같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마흔을 맞이할까? 임신,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가 어느 정도 지나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세상에 나보다 더 귀한 존재인 자식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된 행복한 과정이 육아라는 거! 이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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