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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08. 2022

[육아 에세이] 언제 이렇게 컸나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11

신랑 퇴근 후 다 같이 저녁밥을 먹고 운동을 다녀왔다. 현관문을 여니 신랑이 "엄마 왔다!"를 외쳤고, 지윤이가 쫄랑쫄랑 뛰어나왔다. 엄마 잠옷을 품에 안고서 엄마를 보자마자 울먹울먹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보통 내가 없어도 잘 노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작은방 문 앞에서 현관을 빼꼼 바라보던 신랑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지윤이랑 신랑이 우니까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눈물이 났다.


- "왜? 무슨 일이야? 오빤 왜 울어~? 지윤아~ 엄마 보고 싶었어? 엄마 지윤이 좋아하는 바나나 사 왔는데~? 엄마가 바나나 사 온다고 약속했지? 짜쟌!!"

지윤이는 좋다고 짤깍짤깍 박수를 쳤다. 밖에 나갔다 왔으니 손 씻고 옷 갈아입고 아기를 꼭 안아주었다.


지윤이가 잠들고 신랑한테 물어봤다. 아까 눈물을 흘리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고. 신랑은 대답했다.

- "아니, 지윤이가 엄청 많이 자란 것 같은 거야. 잘 놀다가 침대를 자꾸 가리켜. 이불? 하고 물어봤더니 아니래. 그 옆에 잠옷을 달래. 잠옷 가리키면서 엄마 어디 갔냐고, 보고 싶다고 표현하더라고. 예전에는 엄마가 없어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처음 있는 일이야."


동네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엄마들도 지윤이가 폭풍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한다. 18개월이 다가오니 더 활발해지고, 자기주장도 강해진 게 놀이하는 모습 속에서도 많이 보이나 보다. 매일 보는 나도 하루하루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느끼니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느낀다. 같은 미끄럼틀이나 그네를 타도 좀 더 과격하게 타는 걸 즐기고, 고장 나서 버려진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과 놀이터를 오간다. (왜 그런지는 이해할 수 없다. 나중에 크면 물어봐야지.) 태어나 처음으로 롤러브레이드 타는 오빠를 보면서 신기해하며 눈을 못 떼지 못한다. 점점 자아가 생기고, 몸짓과 소리로 생각을 표현한다.

책을 읽어주면 흥미가 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 하는 일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시도하다가 안되면 제일 익숙한 '아빠'를 외치며 급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신랑은 지윤이가 자기 의사를 더 많이 표현하게 되었으니 조금 더 존중해주고, 기다려주자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밖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때로는 아이와 실랑이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기 답답해서 잠깐씩 빼는 걸 텐데 엄마 입장에서는 불안해서 엘리베이터나 놀이터, 시장 등 사람들을 만나는 곳에서는 꼭 써야 한다고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다. 안 쓰겠다고 거부하고, 고집 피우면 "어허! 안돼!" 하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지윤이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텐데 조금 더 마음을 읽어주면서 이끌어줄 수는 없을까...

- "미안해. 답답하겠지만 밖에서는 마스크를 꼭 서야 해." 하며 아이의 답답한 마음을 알아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해 꼭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해주면 어떨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부쩍 커 있을 거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에 그저 감사하다. 하루하루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을 텐데 긍정적으로 잘 이끌어주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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