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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08. 2022

[육아 에세이] 동네 친구가 생겼어요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12

요즘 매일 자기 전에 가방을 챙긴다.

기저귀, 물티슈, 간식...

아기와 함께 다니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만 요즘은 간식에 신경을 많이 쓴다.


- "이건 아가들 꺼, 이건 우리 꺼!"


동네에서 아가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동갑인 친구를 사귀었다. 주중에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가들도, 엄마들도 '찐' 동네 친구가 되었다. 만나면 나눠먹을 간식을 싸느라 가방은 더욱 볼록해졌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신랑도 요즘은 내가 육아에 지친 기색 없이 활기차 보여서 좋다고, 함께해주는 친구에게 고마워한다.


아가들끼리도 익숙해졌는지 만나면 손을 잡기도 하고, "이미, 이미(이모, 이모)!"하고 부른다. 아가들도 친구의 간식까지 챙기고, 나눠먹으며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오늘은 지윤이가 잠들 무렵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러 나가면 지윤이가 깰 것 같아 못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동네 친구 H였다. 집 앞에 망고를 두고 갔으니 맛있게 먹으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원래는 아이스크림도 샀는데 녹을까 봐 못주고 갔다고 한다. 나는 별로 해준 게 없는데 늘 받는 게 더 많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랬더니 H는 이것저것 고마운 점을 이야기했는데, 무엇보다 누구보다 내 밥을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늘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가볍게라도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 편이다. 그런데 H는 하루 한 끼, 그것도 아기가 잠들면 늦은 시간에 저녁만 챙겨 먹는다고 했다. 아기를 보면서 드는 에너지가 얼만데 어떻게 버티나 싶어 아기 간식을 쌀 때 엄마들 간식도 조금씩 챙겼다. 별게 아닌데 그게 고마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은 말이나 행동 속에서 마음이 오가는 걸 보면 무심코 오해를 낳고,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지윤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도 복직을 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이사를 가고, 아이들도 더 자라면 지금만큼 가까이 마음을 나누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인연에 정말 감사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일도 친구랑 아가들이랑 건강하고, 재밌게 놀아야겠다. 동네 친구 덕분에 내일이 더욱 기다려진다. 그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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