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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Nov 27. 2017

고백(Go back)지영, 시간여행을 떠나다!

나~ 그때로 돌아갈래~~~~~~~?

최근 '고백(Go back)부부'라는 드라마를 언니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뒷북치기 선수인지라 아직 2회 밖에 보지 못했지만 남녀 주인공이 18년 전, 스무살로 돌아가 다시 살아보는 모습이 꽤 흥미진진했다.


결혼을 후회하며 "나 너무 불행해... 우리 이혼하자."라고 울부짖는 여주인공을 보며, 딱 10년 후 38살이 되었을 때 내 모습은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혼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니 과거의 시간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결혼한 친구 은별이, 그리고 프랑스에서 생활하다가 두달여 간 한국에 머무는 친구 한별이와의 만남이 그 계기였다. '은별이네 집들이'를 목적으로 아주 오랜만에 어렵게 시간을 맞춰 만난 우리 셋.


점심시간에 맞춰 우리를 초대한 은별이는 잠옷바람에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준비중이었다. 친근하고도 낯선 모습이랄까? 신선하고, 반가웠다. :)


한별이가 프랑스에서 사다 준 와인으로 숙성시킨 수육과 강된장 비빔밥을 만들어줬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맛있다고 말하는데 크크크 웃다가 한입 먹어보니 오오오! 진짜 맛있었다. 내 평생 은별이가 차려주는 집밥을 먹을 줄이야... 감동하며 배불러도 남기지 않고 밥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은별이가 차려준 밥상. :) 엄청 맛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별이가 2년여 전에 집을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무로 지은 이층집이라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서재도 있고, 마당도 예뻤다. 집들이 선물로 마당에서 꺾어온 들국화가 눈바람에 힘을 조금 잃었지만 예쁘고, 향기로웠다.


"왜 그동안 이사했다고 말 안했어? 가자, 너네집!"

오랫동안 찾아뵙고 싶었던 한별이 어머님도 때마침 집에 계시다고 했다. 12월이면 한별이는 프랑스로 돌아가니까 이때가 아니면 내후년 정도로 일정이 미뤄지겠지?


우리는 간단히 설거지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귤 한박스를 사들고 걷다보니 우리가 함께 다니던 석교초등학교를 지나게 되었다.

"이 길, 매번 차타고 지나다니긴 해도 이렇게 걷는 건 진짜 오랜만이다."


집에 도착하니 한별이 어머니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머, 지영이 그대로다~! 은별이는 새댁인데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꿈꾸는 서재, 구석구석 꽃장식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예쁜 나무집이었다. "우와! 예쁘다~"를 연발하며 사진으로 이곳저곳을 담아보았다.

그 중에는 한별이가 5학년 때 그린 그림도 있었다. 여러번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어디서 사들인 유명한 작품 같았다.

"5학년 때 그린 그림이라니! 오, 진짜 훌륭하다~ 전한별!"

"저때가 내 전성기였지! 전성기가 너무 빨랐어. 크크"

한별이가 열두살 때 그린 유화.

우리는 볕이 잘드는 이층 마루에 방석을 깔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 추억과 함께 지금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한 친구들 이름이 줄줄이 사탕처럼 흘러나왔다.

따뜻한 커피를 홀짝거리고, 새콤달콤하고 몰랑몰랑항 귤을 까먹으며 옛추억을 꺼내어 보았다.

저 많은 귤을 거의 다 먹었다지... 후후훗!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서서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초등학교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렸을 때보다 작아보이는 학교. 교정 한켠에는 우리가 묻어둔 타임캡슐이 있다. 장래희망을 적은 종이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은 소품들을 타임캡슐에 고이 넣어 흙으로 묻어두었다. 친구들끼리 흙장난 한게 아니라, 32~40회 졸업생들과 함께 학교에 기념비까지 세워두며 공식적으로 진행한 행사였다.

새천년 맞이 석교 타임캡슐 기념비

2002년에 졸업한 우리는 2030년 5월 5일이 다시 만나 타임캡슐을 열어보기로 했다. 벌써 15년이 지났고, 13년이 남았다.


"착하고 슬기롭고 튼튼하게~ 우리는 자랑스런 석교 어린이~ 빰바밤~!" 수백번 불렀던 교가를 기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석교초 교훈 : 착하고 슬기롭고 튼튼하게

그시절 우리가 열심히 그리고 적어둔 장래희망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소중하게 생각해서 넣어둔 물건이 뭐였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우리 2030년 5월 5일에 꼭 같이 열어볼 수 있기를!

타임캡슐 앞에서 기념샷 찰칵!

그렇게 친구들과의 반가웠던 만남을 뒤로하고 엄마와 만났다. 파워블로거인 언니가 마련해준 연극 티켓으로 엄마와 '보잉보잉 1탄'을 보게된 것!


배우들의 열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엄마께서도 옆에서 많이 웃으시고, 지금까지 본 연극 중이 제일 재밌었다며 최고의 평점을 주셨다.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빠도 모시고 와서 반응을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고백부부'를 보면 여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현재는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를 다시 만나 뚫어지게 바라보고, 껴안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얘가 왜이래~~ 너 미쳤어?" 라고 어이없어 하며 소리치지만 그토록 보고싶었던 엄마를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옆에 계실 때 최선을 다해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연극이 끝난 후 배우들과 함께 찰칵!

그런 점에서 이번 주말은 참으로 뿌듯할 정도로 즐겁게 보냈다. 옛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올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을만큼!


+ 에피소드

정말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고등학생 때의 나와 만나고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던 성적에 기죽어 있었던 그때의 나를 만나면 "괜찮아. 넌 잘될거야 분명!"이라고 말해주며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나중에 아주 많이 소중하게 느껴질거야. 그러니 너무 조급해말고, 너 자신을 믿으렴!" 하고 말해주고 싶다. :)


아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로 돌아가서 고등학교 때 쟁쟁한 친구들과 만나게 될테니 선행학습을 좀더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면 더 낫지 않을까?


아니. 과거로 돌아가 다른 마음과 다른 모습으로 산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겠지?

그 모든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 모습인거라면 굳이 돌아가서 바꾸고 싶지 않다.

지금이 좋고, 앞으로의 내 모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를 먼저 가볼 수 없지만 현재 최선을 다하고,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지내야겠다는 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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