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가 뭐냐는 친구의 물음에 주인공 혜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배가 고파서 왔어. 정말, 허기져서 온 건데.
‘아, 나도 저 기분 아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김밥이나 빵, 고구마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면 분명히 먹었는데도 계속 허기진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큰고모가 해준 밥을 입안 가득 넣으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던 엄마께서는 내 팔을 쿡쿡 찌르며 작게 말씀하셨다.
“너다 너. 너랑 똑같네.”
실제로 고향에 내려가 집밥을 먹으면 어찌나 꿀맛인지, 밥 한 숟가락에 반찬을 5번은 족히 집어 먹는다.
그리고 역시 엄마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런 내 모습에 부모님께서는 반은 신기하다는 듯, 반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시며 고생 많았을텐데 많이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당신만의 작은 숲은 무엇인가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주인공 혜원이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보내는 사계절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인 영화다.
시골길에서 자전거 타기, 산에 올라가서 밤을 줍거나 나뭇가지에 걸린 감 따기, 배추전 만들어 먹기 등 엄마 어렸을 적에 했던 일들이 다 나온다며 엄마께서도 재미있게 보시는 듯했다.
대전 산내, 한자어 그대로 산과 천이 있는 동네에서 자란 나도 엄마께 영향을 받아 산골소녀 감성을 갖고 자라서일까, 영화 속 풍경이 낯설기 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남편을 잃은 엄마에게 요리, 자연, 그리고 사랑하는 딸은 그녀만의 작은 숲이었다.
또한, 서울 생활에 지쳐 고향에 돌아온 혜원에게는 요리, 자연, 그리고 친구들이 작은 숲이 되어주었다.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 어설픈 거짓말로 서울에서 같이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남자친구의 전화를 피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던 혜원이 어느 날 밤 합격한 남자친구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며, 전화로 축하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나온다.
같이 시험 준비를 했는데 나만 떨어졌으니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마음에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혜원이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어린 축하를 전할 수 있다니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구나 느낀 장면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그렇다면 나의 작은 숲은 무엇일까?
한 가지만 고르라면 나에겐 글쓰기가 그렇다.
영화 속 사계절의 자연 풍경과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을 요리하는 시간이 주인공 혜원이 다시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었듯이 글쓰기는 나의 마음을 새롭게 한다.
혼자서 서울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굳이 약속을 정해서 만나지 않아도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마주앉아 힘들었던 점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가족들이 옆에 있으면 툭 던지 듯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예 다른 이야기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텐데.
그럴 때마다 글을 쓰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종이에 담으면 후련해지고 솔직하게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스스로도 잘 모르겠는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가 되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절대 버리지 않고 담아둔 상자를 보면서 ‘나는 왜 글을 쓸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 정리해보면,
첫째, 기록은 상처를 치유한다.
쓰는 행위 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보면 글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
둘째, 기록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온전히 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고, 시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셋째, 글쓰기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고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글쓰기는 언제나 나만의 작은 숲이 되어주었고, 그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어느 순간 부쩍 성숙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소소한 일상을 재료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허기진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위로해줄 따뜻한 요리 같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