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뜯어보자, 글쓰기!

[스누피의 글쓰기 완정정복]을 읽고...

by 이수댁

만화 [피너츠]를 본 적 있는가? 스누피를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으로 접한 적은 있다. 하지만 만화를 읽어보지 못해서 여태 스누피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강아지니까 개집에 사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생각해보니 왜 늘 지붕 위에 앉아 있는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스누피 앞에 놓인 건 타자기이고, 글을 쓰는 거였어? 새삼 스누피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은 만화 [피너츠]를 그린 찰스 M.슐츠의 아들 몬티 슐츠와 오 헨리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바나비 콘라드에 의해 탄생했다. 완전한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글쓰기 비법을 살펴볼 수 있다. 시드니 셀던, 잭 캔필드, 다니엘 스틸 등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인 것이다!


중간 중간 삽입된 작가 지망생 스누피 모습이 실소를 자아냈다. 스누피의 대사를 보고 "하하~ 흐흐~" 재밌어하면서도 편집자에게 밥 먹듯이 거절 편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했다. 작가와 편집자의 입장 차이에 대한 풍자가 잘 담겨 있었다. 이를 통해 작가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 담긴 글쓰기 비법을 꼭꼭 씹어 읽으란 말이야! 다 피가 되고 살이 될거라고.'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만화의 재미와 유용한 글쓰기 비법이 가득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밑줄도 많이 그었다.

투고하고, 등단의 절차를 거쳐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결코 쉽지 않지만 좌절이란 단어는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늘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스누피를 보고 배워야겠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39. 글을 잘 쓰는 건(어떨 때는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도) 힘든 일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p39. 나는 항상 매우 종교적인 태도로 글을 대한다.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는 정말 하찮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새 책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기도를 참 많이 한다. 글을 써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내 존재가 하찮다고 생각할수록 책은 더 좋아진다.


p40. 그 과정에서 내가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마음을 다잡은 것뿐이다. 내게 글쓰기는 직업이고 삶의 길이다. 그렇게 된 지 벌써 몇 십 년째다. 글쓰기는 예술가적인 유희가 아니다. 새벽 세 시에 내게 찾아오는 영감을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아침 9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펜과 공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서 몇 시간씩 글감을 찾기 위해 일한다.


p47. 전문적인 것을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지겹기 짝이 없는 묘사를 늘어놓거나 뻔한 얘기를 설교조로 이러쿵저러쿵 문장을 늘어놓지 말라는 거야. 독자들은 따분해서 그 부분을 읽지도 않을 거야. 그런 게 있다면 대화에 녹여내는 거야. 독자들의 마음에 떠오르는 영상은 너무나 빨리 바뀌거든.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것에만 흥미를 느끼고 또 이해할 수 있는 거야.


p52.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은 간단하다.

-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라.

-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그 글감을 발전시켜라.

-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써라.


그 다음에는 손톱을 깨물고 숨을 죽인 채 열렬히 기도하라.


p55. 마음 다스리는 책을 쓰는 10가지 규칙

2.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든지,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하든지, 어쨌든 자신이 쓰려는 주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3. 권위를 갖추어라. 자기 글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잇어야지, 단순히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해당 분야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권위'를 지닐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5. 개인적인 경험도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개인사에 관심이 많다. 독자와 당신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 독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8. 자신이 말한 바를 지키고 살 때 진실하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갈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가장 힘든 과제다. 자신의 주장이 거짓말이 아님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9. 입소문은 믿음을 준다.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당신의 책을 칭찬하게 되면 그 책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바로 증명된다. 유명인의 말도 도움이 된다.


10. 책의 내용이 20퍼센트라면 마케팅 과정이 80퍼센트다. 당신의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 사람들이 출판됐는지도 모른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묻히게 된다. 다른 사람을 돕겠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도와야 한다.


p62. 작가에게 딱 맞는 경험이란 없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로데오 경기에 나가거나 황소와 싸울 필요는 없다.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면 된다. 작가의 의도를 독자가 금방 알아차리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p79. 그 대부분의 원고들은 오타와 비문으로 가득해. 자기가 왜 그 원고를 쓰게 됐는지 따위의 소개 글도 없이, 겨우 이름자만 적어서 보내는 원고들도 있어. 그런 원고들을 읽느라 나는 내 소중한 인생에서 30분의 시간을 할애하거든. 그 사람들은 내게 편지를 쓰는 데 5분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으려고 한 게 틀림없어.


p79. 문학시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작가가 될 확률이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보다는 높다는 걸 알게 될거야. 물론 크게 차이는 없지만.

그러니 스누피야! 되도록 많은 복권을 사길 바란다.


p85. 잘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나는 글을 쓰고 싶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 주가 끝나갈 즈음에 나는 대학의 학위나 어휘 능력이나 문장을 분석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중요했던 거야. 루시야, "알랑가 모를랑가 모르겠으나"와 같은 멋진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심지어는 맞춤법을 틀린다고 해서 작가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란다! 문학 학위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쓰고자 하는 열망을 이길 수는 없는 거야. 기억하렴.

아 참, 그건 그렇고 절름발이이면서도 탭댄스를 추는 사람도 있더구나. '페그 레그 베이츠'란 사람인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 그 사람 사진이 내 책상 앞에 붙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p91. 배경 묘사가 있어야만 독자는 소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 배경을 잘 묘사하면 독자들을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상황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배경이 온두라스라면, 독자들은 더위와 습기와 갈증을 느껴야 해. 마을 광장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교회당 옆에 묶어놓은 작은 당나귀의 엉덩이에서 솟구치는 더운 김을 볼 수 있어야 하지. 물고기머리와 바나나 껍질로 만드는 토속 음식인 조조가 숯불 위에서 지글대는 소리에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해.


p91.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려면 어디까지 묘사하고 어디까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겨야 할지 결정해야 해.


p92. 그렇긴 해도 배경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전체적이고 감성적인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야. 그런 효과를 주지 못한다면, 배경 설정은 오히려 이야기의 초점을 흐려서 이야기를 훼손하지.


p97. 잘 알겠지만 "나는 지금부터 소설을 쓰겠어"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할리우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멋진 스캔들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와, 대단할 걸"이라는 찬사를 듣는 일과, 실제로 통나무집에 혼자 앉아서 타자기를 두들기며 뭔가 적어 내려가는 일은 전혀 달라. 그나마 종이에 뭘 쓸 수 있다면 다행이지. 너에게도 그런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이거야. 그게 무엇이든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잇는 시간을 하루 중에 만들어 놓으라는 얘기야. "이 시간만큼은 글만 쓸 거야."라고 밑줄을 그어놓도록 해.


p128. 글을 충분히 써보면 좋은 문장과 설익은 문장을 구분할 수 잇게 된다. 단편소설을 스물다섯 편만 써보면 되는 소설과 안 되는 소설의 차이를 알아낼 수 잇다. 큰 소리로 소설 속의 대화를 읽어보면 겉멋 들고 허황된 것과 '진짜 대화가 금방 구분된다.


모든 글쓰기는 독학이다. 오랜 시간에 걸처 충분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잇다. 처음에 쓰다보면 자기가 보기에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말 대단한 글을 썼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다. 독자를 빨아들일 것 같은 이야기하며 다층적이고 선명한 등장인물이며.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야, 그러니까 처음의 흥분이 사라진 뒤에 다시 읽고 나서야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따로는 다시 쓰는 일만이 유일한 구제책이 된다. 또 때로는 원고를 맨 아래쪽 서랍에 처박아두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기도 한다. 요는, 모든 작가는 스스로 배워야 하는 존재이니 작가라면 능히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파악해서 이를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는 능력이 향상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봐야 그들의 반응에만 신경 쓸 뿐이다. 그것이 옳은 반응이든 아니든. 작품 좋다는 말을 기대하지 말라. 좋은 충고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엄격하게 자신의 글을 평가할 수 있는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법을 익혀라. 이런 방식, 이런 시선이 가장 소중하다. 자신의 내면을 통해 글 쓰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p132. 나는 글 쓰는 일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첫 부분이 가장 힘들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 다 해놓고보면 한 문장, 아니면 기껏해야 한 단락에 불과하다. 나는 위의 만화에서 스누피가 쓴 것보다는 조금 더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금 이 정도면 꽤 많이 쓴 셈이다. 그 다음에는 글을 다 쓰는 일이다. 할 때마다 이 편이 훨씬 더 쉽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일보다는 훨씬 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훨씬 쉽다. 왜냐하면, 이제 앞으로만 나아가면 되니까.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일과 비슷하다. 발을 떼기가 어렵지, 일단 뛰어내리고 나면 중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


p137. 도입부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아라

1. 이야기 중에서 도입부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 어딘지 생각해 보라.

2. 도입부를 찾았다면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일련의 이미지를 만들어라.

3.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혹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독자들이 궁금해서 못 견딜 정도로 사건을 만들어라.

4. 독자들이 등장인물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기 일처럼 여길 수 있도록 등장인물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라.

5. 계속 읽어나갈 수 있도록 주인공의 성격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상황을 연출하라.

6. 어떤 식으로 시작하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슨 일인가 벌어져야만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관조는 안된다. 동굴이나 감옥이나 부엌이나 차 안에서 자기가 어떻게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됐는지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주인공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없다.)


시작하는 문장을 갈고 닦으렴.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쓰는 거야. 그러니까 도입부는 고치고 또 고쳐야 해. 첫 문장을 보면서 이렇게 자문해봐. "내가 독자라면 이런 문장을 보고 계속 읽을 마음이 생길까?" 그리고 기억해. 독자의 마음을 겨눠야 한다는 걸!


p143. 그러므로 이 몸의 경험을 글로 만드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때는 그 이야기의 진실을 실제로 느껴야 한다. 그 진실을 느껴야 당신의 영혼이 솟구쳐 오를 수 있다.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이야기를 쓸 때, 그리하여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질 때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만약 스스로 확신에 차고 철저하고 완전하다고 느껴진다면 제대로 된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듣느라고 딴 방향으로 빠지지 않게 된다.


p145. 글을 쓰는 삶은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삶은 언제나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한 편의 글을 스면서는 어려운 순간들을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 순간들을 극복하는 것은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


p150. 왜 끌리는가? 무엇 때문에 자꾸만 생각하는가? 좋은 이야기들은 읽으면 재미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먼저 읽으면 재미있고 그 다음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제공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를 운동시킨다. 그러니까 미학적인 에어로빅인 셈이다.


p151. 이야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절정에 이른다. 이야기의 결말이 꼭 영화처럼 멋진 키스씬이나 격렬한 자동차 추격씬으로 끝날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절정은 조용하며, 심지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런 결말의 대가로는 체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헤밍웨이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소설이 좀 예스럽긴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놀랍다. 단편소설을 쓰겠다면 그들이 소설을 어떻게 끝맺었는지 공부하는 게 좋겠다.


p157. 작가는 아름다운 언어로 문장을 얻고, 독자는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작가를 얻는다.


p161. 그러니까 좀더 노력해봐, 스누피야. 네 경박한 반응을 보니 꼭 루시가 비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것만 같구나. 평소엔 깨물었다면 그 입을 좀 더 크게 벌려서 물어뜯으려고 노력해보지 않으련? 루시와 나와 수많은 대학교 2학년생들과 함께 울프의 작품 속에 담긴 즐거움을 찾아보자꾸나. 그 다음에는 더 많은 작가들이 나올 거야.


p166. 연애 소설의 플롯을 짤 때, 작가는 플롯이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의 욕망을, 그리고 이와 부딪히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욕망을 잘 이해해야만 연애의 각 국면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다.


p170. 나는 줄거리를 상세하게 짜놓고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줄거리를 상세하게 짜놓으면 결국 해야 할 일은 키보드를 두들기는 일밖에 없을 텐데,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냐구. 대신에 나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는 합당한 제목을 찾아낼 때까지 이리저리 바꿔보고 고쳐보고 매만지지. 마술 같은 컴퓨터 덕분에 나는 제목을 다양한 서체와 크기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여러 색깔로 프린트하기도 해. 일단 마음에 드는 제목을 얻어내면 나는 여러 장을 프린트해서 사무실 여기저기에 붙여둬. 컴퓨터 화면에도, 책꽂이에도, 그래서 언제나 볼 수 있게 말이야.


p181. 거절 편지는 내가 작품을 보냈고, 누군가는 내 작품을 읽었으며, 내가 운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그 편지들 덕택에 나는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182. 그게 거절 편지든 개인적인 편지든 작가가 되려는 당신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까 당신이 되려는 작가는 당신만이 될 수 있다는 것.


p189. 볼 것도 없이 우리네 인생살이 속에는 결코 잊지 못할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 순간들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이 지나간다.


p190. 자서전은 기억을 일깨우는 일이다. "그 때부터 무슨 일을 하기 시작했다"거나 "그 다음에 우리는 어디로 이사했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삶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할머니의 눈은 무슨 색이었나? 양쪽 귀를 한꺼번에 닦기 위해 종조부께서 손수 기운 수건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그런 자잘한 것들은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역사의 편린에 풍취를 더한다. 이런 글은 (어쩌면 이제 전국으로, 혹은 전 세계로 흩어져 살고 있는) 당신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독자라고는 그 정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개개인이 기록하는 이런 역사들이 서로 모여 한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람만이 기억해야 할 일들, 간직해야 할 일들, 기록해야 할 일들을 쓰는 것이 아니다.


p195. 주인공이 느끼는 사랑과 공포는 생생한가? 그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원하고 있는가? 그는 흘러가는 시간에 맞서 꼭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러니까 스누피 이 친구야. 만약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게 뭔지만 알아낸다면 플롯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야기는 쓰는 게 아니라 계속 고쳐 쓰는 것이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거야.


p199. 내가 보기에 저일 먼저 너 자신부터 충분히 준비하는 일이 필요해.


p200. 그렇다면 수업에 얼마만큼의 돈을 들였든 간에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텈의 가장 낮은 일부터 최고의 셰프가 하는 일을 모두 섭렵해야 해. 그렇게 하면서 올바로 일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좀 걸려. 한 1년은 족히 걸리지. 한 레스토랑의 일들을 모두 뗐다면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는 식으로 경험을 넓혀. 10년은 꼬박 열심히 일해야 충분히 자질을 갖춘 셰프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거야.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좋은 건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운이 좋다면 그런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는 점이지.


p203. 가장 멋진 유형의 등장인물이 있다면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역할이었는데(처음에는 이름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말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이다.


p204. 소설의 여러 장면들을 쓸 때 나는 특정한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그 장면을 바라본다. 그런 뒤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같은 장면을 다시 한 번 써보는데, 이게 꽤 도움이 된다. 책을 다 쓴 뒤에도 나느 등장인물들을 떠올리며 이후 그들의 삶을 생각한다.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충고는 다음과 같다. 독자가 건너뛰고 읽을 부분은 아예 쓰지를 마라.


p209. 글쓰기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뭔가가 일어나도록 하는 일이다. 그 뭔가라는 건 무엇이든 가능하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나 등장인물이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또 쓰고자 하는 책에서 말하려는 내용과 무관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쓰는 일, 문장을 종이에 적는 일이다. 대학노트에 볼펜으로 적든, 타자기나 컴퓨터를 이용하든, 아니면 마음에 드는 다른 것을 이용하든.


p212. 하지만 인생의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일도 글을 쓰는 순간 이뤄지는 소망 같은 거야.


p214. 진정한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문제야. 진짜 작가라면 평생 성장할 거야. 그렇지 않다면 한 번 등단한 작가로 남을 것이고. 너의 한국 친구들도 물론 너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진지하게 세상만사를 대하겠지. 그렇다면 한 번 물어뜯어볼 필요가 있어. 한 번에 하나씩. 하지만 일단 물면 놔주지 않는 거지. 그게 바로 작가가 되는 지름길이야.


* 책을 읽고 실천해 볼 3가지

1. 내가 쓸 책의 제목 지어보기.

2. 책의 제목을 캘리그라피로 써보기.

3.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기. (괜찮다면 sns에 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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