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신'(마쓰오카 세이고)를 읽으며...
"독서는 누군가와의 인연이다."
저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배우고 싶은 사람의 책은 반드시 읽습니다. 이것도 다독의 요령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을 알고 있고 그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다면, 소홀히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이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책과 거리감이 줄어들고, 책 내용 중에서 모르는 것은 상대방에게 물어볼 수 있는 등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독서의 신 p68)
'독서의 신' 책과의 인연을 떠올려본다. 가까운 서점, 동네책방에 모두 재고가 없었다. 중고서점도 찾아갔는데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인터넷 서점에서는 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 주 인천, 삼척 등 동서를 종횡무진하며 일해야 하는데, 책이 제 시간에 배송되지 않았다. 삼척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택배가 금일 중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민하다가 퀵 배송을 통해 책을 사무실로 배달받고, 나보다 삼척으로 늦게 출발하시는 선배를 통해 책을 전달받게 되었다. 퀵 배송 비용까지 합치면 책 값이 두 배로 든 것이다.
어렵사리 인연을 맺은 '독서의 신'이라는 책을 통해 독서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 중 작가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작가는 '책에는 수많은 사람의 드나듦이 있다는 점을 포함해서 책을 좋아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람의 드나듦'
내가 독서를 하는 행위를 설명해주는 단어를 만나니 반가웠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 나보다 더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하는 사람 등 그 사람을 읽고 싶은 것이 독서를 하는 이유였다. 독서 뿐만 아니라 책방 콘서트에 가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서, 콘서트, 봉사활동 등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는 이유가 하나의 단어로 정리되고, 이해되는 과정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는 일본 최고의 독서 고수이다. 매일 밤 웹사이트에 한 권의 책 감상평을 쓰는 <센야센사쓰> 프로젝트를 5년 넘게 진행했다. 하루 한 권, 한 저자 당 한 권만 선택했다. 또한, 같은 장르와 같은 출판사의 책은 연달아 쓰지 않는다는 규칙도 있었다. 이는 한 권이 1,000쪽 정도가 되는, 전7권에 이르는 전집으로 출판되기도 했다니 과연 독서의 신이다! 그가 독서의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내가 사랑하는 행위를 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이 궁금하지 않은가?
* 마음에 드는 구절
p15
다독과 소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고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독으로 발전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독에 의해 소독의 의미가 더 깊어질 구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틔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p18
책이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 온 미디어입니다. ... 이 세상에 책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지 않을까요?
p21
독서를 ‘대단한 행위’라든가 ‘숭고한 작업’이라는 식으로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매일 일상생활에서 하는 다른 행동들처럼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독서란 어떤 옷을 골라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독서는 패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죠.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매일 갈아입는 옷에 가깝습니다.
p25
책은 두 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과 별도로 언제, 어떤 기분으로, 어떤 감수성으로 읽었는지 등이 독서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칩니다. 길이 서로 맞닿아 있어요. 여행지에서 읽었다면 그 잠자리의 베개 감촉까지 연결되어 있지요. 책을 읽고 감상을 쓰기 위해서는 이런 점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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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태를 피해서, 그 책에 대해 ‘오늘, 바로 지금’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읽던 당시의 감상을 오늘의 시점에서 새롭게 돌아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시선이야말로 독서력에 필요하고, 그러한 시선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책을 ‘오늘의 시점’에서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재독이지요. 어쩌면 옛날에 먹었던 그 과자나 계란말이가 같은 맛으로 느껴지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대체로 거기에 ‘틈’이 생깁니다. 그것도 상당한 ‘틈’입니다. ‘개구멍’이라거 해도 좋겠지요. 다시 읽으면 전혀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그 ‘틈’이야말로 무척 소중한 것으로, 제 경험에 의하면 독서의 본질에 연관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점도 이 틈을 통해 느꼈었지요.
p35
먹는다는 것이 만남이기도 하듯 독서도 만남입니다. 예를 들어, 보통의 도서관이는 책이 대략 50만권 정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가운데 자신의 눈에 띄는 책은 아주 적지만,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의 시식 코너에서 조금씩 맛보는 갓처럼 책의 맛을 조금씩 확인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식독의 다양성’에 조금은 충실히 따라가 보는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책을 읽어왔습니다. 그런 기분으로 책을 읽고, 책을 만지고, 책을 느끼는 것입니다. 즉, 어느 정도 ‘식독’을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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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독서는 엄청난 행위’라도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서도 어느 정도는 육체적이고 어느 정도는 정신적인, 일상의 행위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것, 단지 그것뿐입니다.
p36
예를 들어, 웅변과 눌변으로 인격 차이를 가름하기 보다는 각자 어울리는 회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은 것처럼, 독서에도 다양한 ‘취향’이나 ‘습관’이 있어도 좋다는 말입니다. 훌륭한 독서란 어떤 것이라고 미리 정해 놓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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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참치 마요네즈 삼각 주먹밥이에요. (웃음)
p47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책이라고 해 봐야 일 년에 한 번 두 권씩이니까, 그것은 차라리 ‘무엇인가와의 만남’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머니가 별 의미 없이 책을 사다 줘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게 되었지요. 언제나 책을 받으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것은 마치 ‘초여름이면 나팔꽃이 피고’ ‘꽈리가 나는 계절에는 집에서 꽈리를 보내 준다’는 것과 비슷한, 뭐랄까 어머니가 사 주는 책이 저의 계절감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48
학교 근처에 있는 다이키 서점을 지정해서 학생이 직접 학급문고로 읽을 책을 골라서 사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을 선택해서 학급문고에 넣어 보자’하는 식의 생각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되었지요. 내가 사 온 책이 학급문고 유리 책장 안에 꽂히고 우리 반 모두 그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 책이 비록 나만의 책은 결코 아니지만,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어요. 이런 경험도 책과 친근해진 데 상당히 크게 작용했습니다.
p49
이것이 너무나 신기했어요. 한 권의 책에 끝없는 ‘연대기’가 딸려 있은 것이니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독자가 한 권의 책에 딸려 있다, 그런 느낌을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 받았다는 점도 매우 큰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