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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29. 2018

한 여름밤의 심야책방

우리동네 사랑방, 살롱드북

낙성대에 산지 6년이 지났다. 익숙하고, 편안한 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동네의 매력을 온전히 알고 있는걸까? 해뜨는 시간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밤늦은 시간 술마시러 모인 대학생들과 배드민턴, 달리기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모습도 떠오른다. 출퇴근하는 시간의 풍경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약속을 잡을 땐 회사 근처, 또는 강북의 어느 동네에서 만난다. 어쩌면 그렇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우리동네였는지도 모르겠다.


알록달록한 시집들 @살롱드북


7월의 마지막주 금요일,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우리동네 심야책방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구경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책방을 찾았다. 원룸 크기만한 작은 책방에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늦게 도착했으니 옆에서 책을 구경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인상깊게 읽은 책 한권을 골라 그 책의 책표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책이 왜 기억에 남는지, 책 내용 중 어떤 부분을 뽑아 표지로 그렸는지 이야기 나누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심야책방 @살롱드북


낯선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오히려 친한 사이에는 하지 못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 세상에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전부인 듯 집중해서 들어주고,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12시가 넘고, 1시가 다 되어가도록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 오히려 중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집에 가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오는 사람도 있었다. 집에서만 입는, 목이 늘어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사람들을 만나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동네책방이 톡톡히 하고 있었다. 지난번 모임에는 아침 7시까지 함께했다더니, 집에 갈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26, 27, 28, 29살 또래 여자친구들이 많아서 여기서 동네친구를 사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레몬과 꾸이꾸이, 그리고 책 @살롱드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질문지를 2개 뽑아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내가 뽑은 질문을 ‘가장 기억에 남은 여름기억’과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하고, 평소 낭만이 가득하다고 여기는 시간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담 레몬이라는 스페인 맥주의 상쾌하고 청량한 맛과 잘 어울리는 밤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을 특별한 여름밤이라 느껴졌다.


재밌겠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독립출판물 @살롱드북


우리 동네에도 작은 책방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서로 연대하며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가깝지만 먼 그대 같았던 우리동네 책방들을 여행하며 독립출판물과 동네사람들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던 어제의 책방 분위기를 생각하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 들 것 같다. 얼마 못가 책방으로 떠나는 작은여행이 또 생각날지도...?


‘사랑의 몽타주’에서 찾은 오늘의 문장 @살롱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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