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이런 죽마고우가 있나요?
새벽 4시, 광명역에서 6시 51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러 일찌감치 눈을 떴다. 후두두둑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데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가을비가 내려서인지 잠에서 깨자마자 춥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새벽부터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비는 금새 그쳤고, 셔틀버스는 쌩쌩 달려 여유있게 광명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경우 만석인 기차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가득 찬 기차 안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엄마 등에 업힌 아가들도 많이 보이고, 지루한 듯 멍 때리고 앉아 있는 아이 앞에 고개를 까딱이며 잠든 엄마의 모습도 눈에 띈다. 졸린 눈을 뜨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있다. 기차 안 사람들을 바라보니 명절이라는게 조금 느껴진다. 자욱히 안개낀 풍경을 헤쳐 대전으로 간다. 자주 가는 길인데도 설레고, 좋다. 특별한 게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게 고향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기다려지는 일이 하나 있긴 하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초등학교 동창 녀석들인데, 명절에 고향에서 종종 만나곤했다. 어렸을 때부터 두 친구는 단짝이었다. 남자애들이라 단짝, 절친이란 개념이 덜할 수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늘 쌍으로 다녔다. 초등학생 때부터 둘은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는데, 중.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다른 학교로 진학한 나와는 도서관에서 종종 마주치곤 했다.
그 후 대학교에 들어가 풋풋한 신입생 시절을 보내며 종종 소식을 주고 받았다. 군대에 갔을 때는 전화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고... 3년 전인가? 추석연휴에 내 생일이 겹쳤을 때 맥주 한 잔씩 마신 후 선물이라고 카페에서 마카롱 사다준 것도 기억난다. 재작년 추석 때 내가 갑작스럽게 입원했을 때는 비타 음료를 사들고 와 위로해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지금은 다들 회사원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연애도 잘 하는 것 같고... 잘 살아있는지 안부 확인 차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지만, 어렸을 때부터 끊기지 않고 인연을 이어온 죽마고우라는 걸 생각하니 특별하게 여겨진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난 오늘 다크써클을 달고 나갈 예정이다. 너무 일찍 일어나버렸다. 그래도 친구들은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간만에 회포를 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