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안이 본 명절 하루 전 풍경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돌아본 하루

by 이수댁
부디 모두가 행복한 추석 연휴이기를...!

회사 화장실에서는 여직원들 간에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사무실에서는 미처 나누지 못한, 나눌 수 없던 이야기들 - 예를 들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직장상사, 열 받게 하는 남편, 자녀 어린이집 문제 등 - 고민을 나누는 '인생 해우소'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화장실에 모인 여직원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 나왔다.

- "왜 시댁은 '댁'이라고 높여 부르고, 처가는 그냥 '가'야?"

- "남편의 가족들을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불편하지 않아?"


오고가는 대화를 들으며 조선시대 하인이 양반집 자제들을 높여 부르던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처음 생각해보았다. 오랜 세월 굳혀온 관행이기 때문에 따르고 있지만 이상하긴하다.


점심시간에는 부서원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명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며 미혼과 기혼이 명절을 받아들이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며느리 역할을 맡고 있는 여자 선배는 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컸다. 부장님께서 회사에서 긴급상황이 생겼다며 전화해 줄테니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고 농담을 건네시기도 했다. 집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결혼 후에 명절의 의미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결혼이 정말 좋은걸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 명절부터 우리집에서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엄마께서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부담을 느끼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이나마 거들겠다며 최근 지인이 직접 만들어 선물해준 앞치마를 가방 안에 챙겨두었다. 집안일을 거둔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쉬고 싶으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도 만나기로 했고, 읽고 싶은 책도 한권 골랐다.


사내 서재에서 책을 고르는데 (남자) 선배가 "명절에 책 읽을 여유도 있고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차례 음식 준비를 도울거예요."라고 말하려다가, "부러우시죠?"라고 답하며 웃었다. 명절에 대한 부담이 없는게 사실이고, 여유있게 농담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한편으로 이렇게 자유롭게 명절을 보낼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보았다. 홀로 카페에 앉아 연휴가 다가왔음을 반기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몇 번 정도 될까?


또래 중에서도 부모님이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계시면 남편 또한 생각의 틀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를 보았다. 젊은 세대라도 가정 환경에 따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보수적으로 며느리를 대하는 것과 같은 관점으로 아내를 대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결혼을 한다면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고, 배려하는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이런 생각도 깊게 하다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일은 더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