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빵집 정복에 시동을 걸다.
낙성대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길에는 유명한 동네 빵집이 있다. 이름은 쟝 블랑제리.
요즘 내 친구는 낙성대에 오면 이 빵집에 들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내가 7년 동안 이 동네에 살면서 탐미한 빵들을 2주간 오가며 거의 다 따라잡았다.
이 빵집을 대표하는 단팥빵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빵 나오는 시간에 줄을 서야만 살 수 있는 맘모스 쥬니어까지 그녀는 정복했다. 난 아직 못 먹어봤는데... 엎치락 뒤치락 먹어본 빵을 자랑하면서 묘하게 경쟁심이 생겼다. 어렸을 때 "너 이거 해봤어~?" "나도 그거 해봤거든~"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어느 날 그녀는 지금 우리 동네 빵집에 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 나는 회사 근처라 '유경험자로서' 추천하는 빵 위치를 설명했다.
"입구로 들어가서 직진하면 냉장 보관하는 곳 있지? 거기서 뒤 돌아서, 왼쪽!" 그곳에는 녹차파운드가 있다. 우리 둘다 녹차 맛을 아주 좋아하는 녹차 덕후다. 단맛만 나는 녹차는 싫다. 녹차 특유의 씁쓸한 맛이 같이 나야한다. 이 녹차파운드는 맛이 진하고, 꾸덕꾸덕하다. 완전 취향 저격이다.
때때로 기분이 처지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땐 달달한게 땡긴다. 그럴 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크렘뷜레를 찾곤한다. 우울한 내 영혼을 달래주는 크렘뷜레~ 내 친구는 “달달한 게 땡기는 날이 있지~”라며 이해해줬다.
친구는 그럴 때 초코범벅을 맛보았다고 한다. 초코로 뒤범벅된 이 빵은 브라우니로 이루어진 부분과 초코칩으로 된 부분이 있다고 한다. 한 번에 다 먹긴 너무 달고, 4등분 해서 나눠 먹으면 적당하다며 슬며시 먹는 팁을 알려줬다. 초코 폭탄인 빵은 너무 달 것 같아서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한번쯤 먹어봐야겠다.
지난 주말에는 함께 빵집 문을 닫는 22시 가까운 시간에 후다닥 달려갔다가 빈 손으로 나왔다. 빵이 거의 다 팔려서 마음을 적시는 빵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리처럼 입이 나온 표정으로 아쉬워하는 친구가 귀여웠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같이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그 모습에 혼자 빵 터지기도 했다. 다음에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빵 먹으러 또 오길~
빵집을 시작으로 내가 사는 동네를 좋아하게 된 친구를 보니 또 소개해 줄만한 곳이 없을까 찾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지만 골목을 다닐 때는 길을 잃기도 한다. 오늘도 동네책방을 가려다 길을 잃고 헤맸다. 그러다가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빵집을 발견했다. 이름은 를리지외즈. 치아바타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가벼운 운동을 할겸 산책을 나간건데, 운동은 커녕 평소 먹고 싶던 앙버터를 사먹었다. (그러고야 말았다.)
그동안 빵집 앞에서 빵 구경 하다가, 냄새만 맡고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아무래도 친구가 내 안에 있는 빵순이 포텐을 터뜨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