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먼저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

by 이수댁

추석연휴 첫날 아침,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해 운동화를 신는데 발등이 당기는 느낌이었다.

연휴에는 이동이 많지 않으니 잘 느끼지 못했는데, 연휴가 끝나고 회사를 오가다보니 발이 붓기 시작했다.


병원을 가야 할까 고민하면서 경과를 지켜봤는데, 발등이 붉어지고 붓기가 심해졌다.

오른쪽 발이 갑자기 왜 그럴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기는 어렵고, 이번 한 주 동안 지켜보자고 했다. 운동 금지! 발을 아껴주고, 푹 쉬라고 했다.


오늘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근처 한의원을 다녀오는 길, 옆 가게에서 음료 메뉴판이 보였다. 회사 근처에 카페가 아무리 많아도 점심시간에는 많은 직장인들로 북새통이다. 이 카페는 비교적 한산해보이고, 메뉴판에 보이는 가격도 저렴했다. 남은 시간 동안 차 한잔 주문하고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블루투스 이어폰 가게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메뉴판에 2,000원, 2,500원 가격이 써 있지만 주인분께서는 그냥 가져가라며 따뜻한 유자차를 건네주셨다.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려고 만든 카페인데, 음료만 노리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메뉴판을 만들었다고 하셨다. 종종 생각지 못한, 뜻밖의 행운을 만난다. 며칠 전 친구와 카페에서 얼그레이 스콘을 주문했는데 말차 스콘을 하나 더 주시는 행운도 있었다. (꺄아~)


왜 갑자기 힘줄에 염증이 생겨 발등이 빨갛게 부어오르는지 원인을 몰라 불안한 마음이 생겼었는데... 세상은 가끔 나에게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어주기도 한다. 쾌청한 하늘과 선선한 가을날씨가 너무나도 좋은 날, 갑자기 발이 불편해져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을 속상해할까봐 이런 뜻밖의 행운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걱정스럽고, 우울한 마음은 날려버리고 나에게 온 행운을 마음껏 누리며 얼른 나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픈 것의 장점을 딱 하나 알고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더 많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화장실과 싱크대를 청소해주시는 이모님이 계신다. 최근 왼쪽 팔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을 앞두고 계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 참고, 참으며 일을 해오셨단다. 한의원과 정형외과 모두 찾아가 보았지만 결국 수술 밖에 답이 없었다.


평생 자영업을 하시다가 좋은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셨다는데...

왼손잡이로 젊었을 때부터 왼팔을 막 쓰다보니 고장이 났고, 일하겠다는 의지로 팔이 아파도 꾹 참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다시 이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리를 하신 것 같다.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시는데 건강이 최고라고,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건강이 악화되서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 수술 잘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라고 당면을 선물해 드렸다. 우리 할아버지 당면 공장에서 만든 특별한 당면인데, 추석 때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가져다둔걸 이모님께 반 나눠드렸다. 깜짝 선물에 마음이 조금 달래지신 것 같다. 팔이 안 좋으시니 들고 이동하시기에 무겁지 않을 정도로 드렸는데, 배낭에 넣어 가져가시겠다며 무척 고마워 하셨다.


지금 나도 발등이 많이 부어 있어서 이모님 상황에 더 많이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던 것 갔다. 건강이 먼저다. 나 또한 건강을 가장 우선으로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모님께서 무사히 수술 잘 마치시고, 회복하시길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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