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와 함께한 동유럽 글쓰기 여행 뒤풀이를 마치고...
지난 8월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을 다녀왔다. 어느덧 2개월의 시간이 흘러 10월 중순...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던 무더운 날씨는 자취를 감추고, '내복을 어디에 두었더라...' 서서히 찾게 되는 쌀쌀한 날씨가 찾아왔다. 일상의 여행이 이어지는 만큼 동유럽에서의 기억이 조금 흐릿해질 무렵, 작가님의 공간에서 뒷풀이 모임을 가졌다. 여행을 하면서 쓴 글을 모아 묶은 기념 책자 출간이라는 작은 이벤트도 있었다.
저녁 7시 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9일 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삼시세끼를 함께하고, 긴 시간 이동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우리였다. 책 읽기와 여행,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함에 침대를 푹 파고 들게 되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는 아침이었다. 그 때의 추억과 여행지의 풍경을 세심하게 담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뭉클한 감정이 샘솟기도 했다.
정여울 작가님께서 취미로 첼로 연주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아노도 잘 치신다. 작업실에 키보드가 있어서 연주를 요청 드렸는데 악보 없이도 여러 곡을 연주하셔서 깜짝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셨고, 절대음감의 소유자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케이크를 사오신 분이 있어서 초를 켰지만 어떤 노래를 불러야 어울릴지 순간 망설여졌다.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아니었다. 그 때 작가님께서 연주하신 곡은 푸른하늘의 ‘축하해요’라는 곡이었다. 익숙한 멜로디지만 가사를 몰라서 박수를 치며 허밍으로 따라했다. 특별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후~하고 촛불을 부니 연말파티 느낌이 나기도 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우리가 쓴 글을 묶은 ‘내성적인 여행자의 추억’ 기념 책자 출간 기념이 아니었을까?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얻는 기쁨과 해방감이 축복으로 느껴졌다. 글쓰기를 통해 매일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여행을 추억하는 글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기도, 입가에 미소가 피어 오르기도 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면서도 각자가 떠올리고, 기록한 글은 모두 달랐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도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니까… 타지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둘러싼 관계, 공간, 일 뿐만 아니라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떠올려 보며 자기를 발견한 시간의 기록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내면여행을 할 수 있었고, 글을 쓰면서 가슴 속 깊이 묻혀있던 보석을 발견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뜻 깊은지 새삼 돌아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멈추지 말고 글을 쓰고, 여행하자는 것이다. 빈(Wien)에서 공연장과 미술관을 가지 못한 아쉬움에 ‘빈에서 한달 살기’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달 사는 것이 언제 가능할까?’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당장 손에 잡히지 않으니 먼 꿈으로만 남겨두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뒷풀이 모임을 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회사에 다니는 내 상황에 맞게 한 도시에서 7일 살기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빈에서의 7일, 길게는 10일 머물면서 한 도시를 깊이 느껴보고, 흠뻑 취해보기. 이 정도라면 머지 않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꼭 유럽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일본 교토로 나홀로 글쓰기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거리가 가깝고, 문화가 비슷하니 낯선 여행지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3박 4일 정도면 너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으니 국내 여행도 더 자주 다녀야지. 계속해서 글쓰고, 여행을 꿈꾸고, 틈날 때마다 떠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여울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면 한 번 뿐인 짧은 만남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책 내용 뿐 아니라 독자들의 삶까지 깊이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독자들과 진정성있게 소통하시는 모습에 가슴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책, 오디오클립, 강연 sns에서 종종 뵐 수 있으면 좋겠다.
기념 책자 『내성적인 여행자의 추억』 정여울 작가님의 들어가는 말 中
글쓰기는 그렇게 내성적인 사람들의 뜻밖의 외향성, 내향적인 사람들이 오랫동안 숨겨놓은 폭발적인 이야기의 미을 끌어내는 눈부신 내면의 힘이다. 우리는 '작가 정여울과 함께 떠나는 유럽 글쓰기 여행'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했고, 갓 출간된 『내성적인 여행자』를 함께 들고 다니며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상 속의 북토크를 통해 어느덧 '작가와 독자'라는 경계를 넘어 며칠 사이 정이 잔뜩 들어버린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