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전 힐링로드를 따라서~

영혼까지 충전하는 대전 힐링로드

by 이수댁

가족이 있는 대전으로!


토요일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알람은 더 늦게 맞춰져 있는데, 시키지 않아도 생체시계가 앞장선다.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서울에는 밤새 많은 비가 내렸다. 새벽에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긴 마찬가지였다.
몇시에 대전으로 출발하면 좋을까 고민했지만, 이왕 갈거면 아침 일찍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하루종일 비 예보가 있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더 낫듯 피할 수 없는 비라면 먼저 맞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금요일밤 귀갓길, 8시 반 정도에 집 근처에서 쌀국수를 사 먹었다. 고구마 하나와 시리얼바를 먹었는데도 계속 허기졌다. 쌀국수 집에 들어가 차돌박이 쌀국수를 하나 주문했다. 며칠 전부터 쌀국수가 먹고싶었더랬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밤 9시를 넘겼지만 맛있게 마신 베트남 커피


sns 공식 계정을 팔로잉하면 베트남 커피를 주는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sns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가봤는데, 팔로잉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전에 커피를 타서 후식으로 건네줬다. 베트남 음식을 좋아해서 메뉴판을 자세히 살피고, 인터넷 검색도 하니까 당연히 팔로잉 할줄 알았던건가... 작년 1월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간 첫날,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하고 연유가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맛있게 홀짝였다. 나름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이렇듯 서울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딘지 모르게 허한 느낌, 자연을 바라보는 여유, 가족간의 대화, 존재 자체로 온전히 사랑받는 따스함... 이런 것들이 그리워 대전을 간다. 대전에서는 일부로 찾지 않아도 집에서,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채워지기 때문이다.

아침 기차를 타고 대전집에 도착하니 엄마께서는 아침 식사 대신 이불 속에 계셨다. 나도 그 옆에 따라 누웠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마음 속에 담아둔 속상했던 일도 자연스럽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옆에 있으니,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가지를 치고 여러 주제로 이어졌다. 엄마께서는 비오고, 피곤하면 대전에 오지 말고 서울에서 쉬어도 된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난 대전이 좋다.

서울에 사는 집은 부엌, 화장실, 방, 거실 등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원룸이라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왔다는 것도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스스로 밥 한끼 해먹을 수 있지만 엄마표 집밥처럼 속을 든든히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좀더 넓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요리하고 먹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로드1. 금산약초명품전문음식점 솔내음



엄마와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수제비나 칼국수를 떠올리며 군침을 삼켰지만, 결국 엄마가 운전대를 돌린 곳은 산약초샤브샤브를 파는 <솔내음>이라는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산약초는 서대산 고지대에서 직접 재배하는 친환경 무농약이라고 했다. 산약초 종류만 15가지가 되었다. 단체로 약초 체험을 온 손님들이 있어 음식 주문도 오래 기다려야 했기에 산약초 효능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변비 해소, 기관지질환 개선, 노화방지, 혈액순환 기능, 간 해독작용, 항암효과 등등 몸에 좋은 약초들이 많았다.



나는 엄마를 닮아 입맛이 토속적이다. 샤브샤브 안에 살짝 데친 버섯, 고기와 함께 산약초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씁스름한 맛이 입맛을 돋궈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염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남김없이 다 먹었다. 손님이 많아 바쁠 때에도 군말 없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산약초샤브샤브를 다 먹고 남은 육수에 칼국수 1인분을 주문해서 맛있게 끓여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가죽전을 서비스로 주셨는데, 가죽이 뭔고 하니 우리가 흔히 "까죽"이라고 발음하는 그것이었다. 금산에서는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고 한다. 독을 제거하고 염증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하니 배부르지만 맛있게 먹었다. 최근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많이 먹었는데, 몸 안에 있는 독소와 염증이 제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 먹고나니 몸에 열기가 살짝 올라왔다. 다른 음식은 다이어트 한다며 반 정도 먹고 남기는데, 남기지 않고 싹싹 잘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께서는 기특해하셨다. 나 역시 입맛과 취향이 비슷한 엄마와 먹으니 더 맛있었다.



식당으로 오는 길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강아지풀이 락 페스티벌 관객이라도 된듯 격하게 헤드벵잉을 했는데, 밥을 먹고 나니 비가 잦아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로 물안개가 펴서 운치를 더했다. 대전은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도 조금씩 개었다.



힐링로드 2. 장안 코스모스 축제



지나가는 시간이 한 없이 짧고, 아쉽게 느껴지는 가을... 집에만 있어서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을 수 없다. 붙들고 있던 노트북과 책을 내려놓고 언니와 함께 장안 코스모스 축제에 갔다. 부모님께서는 할머니를 모시고 따로 이동하셔서 현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엄마께서 그리도 보고싶어 하신 코스모스가 여기 다 모여있었다. 서울에서는 어디로 가야 이런 코스모스를 볼 수 있나? 월드컵 경기장 하늘공원 갈대밭이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았던 것 같다. 대전에서도 드라이브를 하면서 코스모스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나 많이 피어있진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후라 흙이 질척거렸지만 걸을만했다. 흰색, 자주색, 분홍색... 한 가지 색만 품은 꽃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연분홍색인데 테두리는 자주색인 코스모스도 있었다.



코스모스 사이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그 무리 중 하나가 되어 가을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았다. 축제는 10월 5일(금)부터 7일(일)까지 짧게 진행되는데, 그중 하루는 태풍이 몰아 닥쳐서 당황했을 것 같다.


그래도 태풍이 지나간 일요일에는 입구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반대로 방향을 트는 차량이 계속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비록 축제 기간은 지났지만, 코스모스는 들판 가득 피어있으니 가족, 연인들과 한적하게 즐겨보아도 좋을 것 같다.



파란 하늘 아래 발그레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선선한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도 찾아보고 느껴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때를 놓치거나,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주말이었다.


나의 힐링로드, 대전!
그곳에는 따뜻한 집밥, 가족, 여유, 그리고 사랑이 있다. 영혼까지 가득 충전했으니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퐁당퐁당 휴일(10.9 한글날)이 끼어있는 새로운 한 주도 힘차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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