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며

by 이수댁

최근 아주 깊이 빠져있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이에요.



송영민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는 최인아책방 콘서트 6-4(10.26 진행)에서 추천받은 책입니다.
첼리스트 이정란 선생님께서 자신의 '인생의 책'이라며 소개해주셨어요.

책 속의 인상 깊은 구절을 읽어주시는데, 이 책이 선생님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책에 대한 강렬한 끌림이 있었습니다.
'왠지 저 사람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라는 운명적인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잘 믿지 않거든요. 드물게 느끼는 마음이기에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반부지만 책을 읽을수록, 카잘스에 대해 알아갈수록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어요.

파블로 카잘스를 인공위성처럼 맴돌며 그와의 인터뷰를 카잘스 혼자 말하는 것처럼 풀어쓴 책 구성도 흥미로웠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책은 카잘스의 자화상이 아니라 초상화예요!)

파블로 카잘스는 유명한 첼리스트입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렸습니다.

예술가는 예민하고, 까탈스럽다는 편견이 있기도 한데, 카잘스는 그런 예술가의 민감성과 감수성을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음악을 통해 봉사하는 것에 활용했어요.

그는 가난한 오르간 연주자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약소민족인 카탈루냐인으로 에스파냐 내전과 제1.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혼란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가 첼로라는 악기를 접하는 과정,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는 일에 대한 부모님의 갈등,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하는 에피소드까지...

음악가로 성장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그의 감정과 삶의 태도는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번역체 문장이 때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납니다.

(지금 이 문장도 번역체 같지 않나요? 후훗~)

그가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발견하고 인간의 선과 악, 세상의 불평등에 눈 뜨면서 고통을 느끼는 과정까지 읽었어요.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짬짬이 읽는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음악가로서 삶에 대한 그의 태도에 배울 점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공유합니다.

p.29
'은퇴'한다는 것은 곧 내가 죽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전혀 따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코 늙지 않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관한 흥미와 일을 한다는 것은 늙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약입니다. 나는 매일 새로 태어납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해야 해요.

p.44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음악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음악은 바다였고 나는 작은 물고기처럼 그 속에서 헤엄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음악은 내 속, 내 주위,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로 내가 숨 쉬는 공기였어요.

p.49
너희가 어쩌다가 재능을 가졌다고 해서 우쭐대지 말거라. 그것은 너희들의 공이 아니다. 너희가 해낸 일이 아니란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재능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야. 그 재능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너희들이 부여받은 것을 허비하거나 쓸모없게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라. 꾸준히 노력해서 재능이 자라나도록 해라.

p.53
세상의 모든 일은 항상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변화가 자연의 방식입니다. 우리 자신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항상 변화하고 있지요.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더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어요. 그러나 나는 각자의 운명이 있다는 것도 믿습니다.

p.59
내 관점에서 볼 때 조직적인 태도는 창조적인 작업에 필수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자주 이 모토를 반복해서 강조하지요. "자유, 그리고 질서!"

p.61
우리 연주를 듣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나는 놀랄 만한 연대감, 이를테면 우정과 동지애를 느꼈고 거기서 특별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춤출 때 그들과 나 사이에서 이루어지던 커뮤니케이션과 끝난 뒤 손뼉 치고 소리칠 때 그들의 얼굴에 나타나던 표정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그 후로 어떤 연주든 소규모 연주회든 큰 연주회의 많은 청중 앞이든 간에 나는 그때 내가 가졌던 그 느낌, 내 연주를 듣는 그들과 나 자신 사이의 깊은 공감의 그 느낌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p.69
나는 더 이상 음악에만 빠져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 후도 마찬가지였지만 음악, 아니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그 자체로는 대답이 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은 어떤 목표에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그 자체보다 더 큰 어떤 것, 즉 인간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사실 현대음악에 대한 내 의견, 인간성이 결여되었다는 평가의 핵심에는 위와 같은 판단이 들어 있습니다. 음악가도 인간이잖아요. 그의 음악보다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또 그 두 가지가 서로 분리될 수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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