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브라보!

‘송영민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와서...

by 이수댁

N.W.A Studio를 찾아서!

N.W.A Studio 위치


강남 마을버스 07번을 타고 동영문화센터에서 하차합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첫 번째 골목(제일모직아울렛 역삼점 골목)으로 들어가 1-2분 정도 걷다 보면 N.W.A Studio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N.W.A Studio 입구
송영민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 편에 위치해 있는데, 지하 1층이어서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래도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으니까 유심히 보면서 걸으면 길을 잃지 않으실 거예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에게서 소극장에서 대기하는 듯한 분위기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입구 사진을 찍어 공유해줘서 어리벙벙하게 길 헤매는 시간을 줄이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근사한 분위기와 음악 속으로 풍덩~!

우리,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같이!


11월 3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송영민 피아니스트 독주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함께 준비하던 오랜 친구들과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습니다.


앞서 N.W.A Studio 위치를 정성스럽게 설명한 건 꼭 가보셨으면 하는 멋진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갈 수 있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어요.


뵈젠도르퍼 임페리얼


어두운 실내에 입장하자 정명훈 선생님께서 직접 쓰시던 피아노인 뵈젠도르퍼 임페리얼 양 옆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촛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여기 프로포즈 하기에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어요. 촛불을 따라 걸어간 길 끝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크고, 멋진 피아노가 '오늘 멋진 연주 들려줄게.'하고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리도 기분 좋은 상상을!)

이 촛불은 쇼팽의 녹턴 (F.Chopin Nocturne op.9)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할 아이디어였다고 해요. 잔잔한 연주를 눈을 감고서, 또는 반짝이는 촛불을 바라보며 들어 보았어요. 많이 고민하고, 준비해주신 만큼 연주회가 끝나고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송영민 피아니스트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오진태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녹음하셨어요. 그중 하나인 쇼팽의 즉흥환상곡 연주하시는 모습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답니다.


촛불로 꾸민 아늑한 공간


하우스 콘서트에 처음 온 친구가 이 곳 분위기와 송영민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어요. 피아노를 중심으로 관객들이 둘러앉아 가까이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경험이 처음이라고 해요.

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연주자 볼살이 떨리는 것까지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과 혼연일체 된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멋졌다고 합니다. 공연장 특유의 분위기가 다른 관객들 뿐만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새로웠다고 하니, 자신은 처음부터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어 행운이라며 행복해했어요.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줘서 기분이 좋고, 괜히 제가 다 뿌듯했습니다.


1부 공연을 마치고 쉬는시간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2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연주가 있었습니다.

송영민 피아니스트는 중학생 때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예카테린부르크 영재음악학교와 무소르그스키 국립음악원 부속 영재음악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음악의 뿌리가 러시아 작품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무소르그스키의 곡에 있다고 해요.

지난 2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때 '전람회의 그림'을 처음 들은 후 혼자서도 여러 번 들어보았습니다. 음악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 뜻을 잘 알지 못했어요.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요즘 같이 쌀쌀한 늦가을 정취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롬나드에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도 좋았고요.


이번 독주회에서 송영민 피아니스트가 그림 하나하나를 멜로디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그스키가 친구인 화가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곡입니다. 전시회장에 들어가 움직이는 자신을 표현한 5개의 프롬나드(천천히 걷는 걸음걸이)와 10개의 그림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난장이, 옛성, 튈르리 궁전, 비들로,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밀레, 리모주의 시장, 카타콤, 바바야가의 오두막, 키에프의 대문까지...


음악의 배경을 이해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연주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들으니까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해요.

악보를 외울 때 음악에서 느껴지는 느낌대로 스토리를 짜 보면 좋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방법을 조금 배운 것 같아요.

특히 죽은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부분(Cum mortuis in lingua mortua)이 기억에 남습니다.

무소르그스키에게 깊은 영감을 준 화가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의 유작에 영감을 받아 샘솟는 악상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연주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다니...

'전람회의 그림'만 30분 정도 연주되었고, 무소르그스키가 전람회장을 다 돌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연주 중간 새어 나온 짧지만 깊은 한숨에서 '아, 저 부분은 정말 힘드시겠다.'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던 이번 시간도 참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왜 공연장을 찾을까?


왜 사람들은 지금도 음악회를 직접 찾을까요?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말이죠.

공연장의 공기, 사람들의 숨소리, 연주자의 에너지, 함께 간 친구들과의 대화, 연주를 들으면서 든 생각...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같은 음악도 그 날, 그 장소에서 겪은 나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다시 한번 각인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면 연관된 곡과 이야기를 더 찾아보면서 음악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행복합니다. 좋은 감정뿐만이 아니라 쓸쓸함, 고독, 외로움, 불안,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들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항상 관객들과 한 발짝 더 가까운 거리에서 허물없이 소통하며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주시는 송영민 피아니스트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브라보!


덧. 사진으로 보는 공연장 소소한 풍경

송영민 피아노 리사이틀 포스터
송영민 피아노 독주회 프로그램
훌륭한 연주자들이 거쳐간 흔적
뵈젠도르퍼 임페리얼, 과연 ‘황제’란 이름이 어울리는 크기
일반 피아노 보다 5개 음이 더 많은 건반 (왼쪽, 검은색)
왼쪽에서 바라보는 피아노
오른쪽에서 바라보는 피아노
마음껏 사진 찍으라고 주신 포토타임 (센스 넘쳐요~)
다음번 포토타임에서는 더욱 역동적인 포즈 부탁드립니다. (히힛)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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