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책방 콘서트_박종성 하모니스트 공연 후기
절기상 소설이 지나니 길어지던 늦가을 날씨는 자취를 감추고 겨울이 찾아왔다.
아침에는 눈이 펑펑 내려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꽃과 열매, 잎마저 내려놓은 나무는 포근한 눈 이불을 덮었다.
겨울나무의 단출하고, 단단한 풍경 앞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겠지...?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애잔하고, 쓸쓸한 감정이 느껴지는 요즘 하모니카 연주는 제법 위로가 되었다.
하모니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옥수수 하모니카’가 생각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도미솔도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어렸을 적 우리 집에도 하모니카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후후 불어도 화음이 만들어져서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서랍 속 어딘가에 하모니카가 보관되어 있을까...? 그렇게 하모니카 선율은 어릴 적 기억으로 날 데려갔다.
마침 옆에 있던 친구들이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던 동생들이었다. 지금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때 그 마음으로 볼 수 있어 더욱 반가운 얼굴들...
박종성 하모니시스트는 감꼭지 모양의 브로치로 멋을 내고, 양쪽 볼에 패인 보조개에 여유를 담고 있었다.
자신만의 연주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매력적인 모습이 참 많았다.
첫 번째는 어렸을 적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게 되었을 때 하모니카를 하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느끼며 배웠다는 점이다.
하모니카는 익숙하지만 낯선 악기인 것 같다. 하모니시스트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정식으로 하모니카 공연을 본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 최고의 하모니시스트가 되었다.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에 어렸을 때부터 초점을 맞추고 그 길을 따라올 수 있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두 번째로 하모니카를 통해서, 하모니카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작곡을 전공하고 지휘도 도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하모니카 전문 연주곡이 적지만, ‘내가 만들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작곡을 배웠고, 자작곡도 탄생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하모니카를 계속 연주하기 위해 작곡과 지휘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Run again’, ‘마음의 오타’,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등 그가 인생을 살면서 느낀 점을 담은 곡들은 연주자의 이야기와 함께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특히 자작곡 ‘마음의 오타’는 의도치 않게 진심과 달리 전해진 말과 표정으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경험을 표현한 곡이라고 했다. 종종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하다가 ‘어떻게 저렇게 받아들일 수 있지?’ 싶기도 하고,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땠을까?’ 돌아보기도 한다. 오타가 있으면 지우고 수정하면 될 텐데, 마음속 상처가 남아있다면 관계를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그런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묻어있는 있는 곡이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악기 연주를 통해 온 몸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연주자에게 양 날개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연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의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로 더 깊이 파고들지, 분야를 넓혀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경험을 쌓을지 고민이다.
새로운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 또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도 ‘당신만의 이야기, 당신이기에 들려줄 수 있는 연주’이니까.
마지막으로 책방 콘서트만의 특별한, 연주자가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시간에 박종성 하모니시스트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추천했다.
사람의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 미지근함 등 온도가 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생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제 연주에도
온도가 있다면 몇 도일 까요?
정확한 숫자로 말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 내 앞에는 따듯한 난로 앞을 떠나지 못하고 책을 읽다, 이야기를 건네다, 잠이 드신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그의 하모니카 연주는 스산해진 날씨 속 난로 앞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 귤 까먹는 즐거움 같은 주홍빛 따뜻함을 닮았을까?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오래오래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늦가을 길어진 밤처럼 연주가 더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을을 등지고 ‘고향의 봄’을 연주하는 하모니카 오빠’ 컨셉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신 박종성 하모니시스트... 앞으로도 하모니카의 팔색조 매력을 널리 알려주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