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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r 01. 2016

해남 봄마중 같이 가실래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계절이 다가옵니다.

여기는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미황사입니다.

주말과 삼일절 사이에 있는 징검다리 휴일에 뭐할까 고민하다 5일간 자유롭게 기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샀어요~

목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해남으로 이동한 뒤 산정으로 향하는 버스를 한번 더 탔습니다. 산정에서 택시를 타고 미황사에 도착했답니다. 땅끝에 너무 금방 닿아도 시시했겠죠~?

(서울에서 해남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셔도 됩니다. 또한, 해남에서 미황사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으니 시간을 잘 확인하세요!)

고즈넉한 미황사에서는 눈이 내리고, 구름이 바람에 흘러가며, 구름 뒤에 숨었다 제 모습을 드러내는 햇빛까지 자연의 모습 하나하나가 가까이 보입니다.

자연을 닮고싶은 나의 마음은 모든 짐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 합니다. 잠시 다녀가는 삶이라는 소풍길에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밤에는 밝은 별들이 총총이 가슴에 내려앉고, 새벽에는 맑은 목탁 소리가 탁,탁, 귀에 와 박힙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날아가고 싶은 물고기가 찰랑찰랑 몸을 떱니다.

둘째날 아침,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말갛게 얼굴을 씻고 새벽예불을 드리며 마음도 가지런히 정리했습니다.


그러고보니 3월의 첫날이네요! 곧 있으면 긴 잠에서 깨어난 봄바람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몰아내고 살랑살랑 코끝을 간지럽히겠죠?

아침공양 이후 봄마중 가자며 땅끝천년숲옛길로 트레킹을 나섰습니다.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4.3km, 왕복 3시간입니다.

절에서 챙겨주신 사과와 과자, 따뜻한 물을 챙겨들고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미황사에서 6일간 자원봉사를 하는 23살 아가씨와 함께 딱따구리와 꿩 소리에 화답하듯 재잘거리며 걸었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다보니 바위가 온 산을 덮고 있네요. 믿기지 않는 풍경 앞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바위 더미를 건너 흙길로 다시 들어섰습니다.

이제 도솔암까지 0.2km 남았네요. 하지만 여기서부터 도솔암까지가 지금껏 걸어온 4.1km 보다 험난하다는 건 안 비밀!!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은 한 사람만 지날 수 있을만큼 좁고, 발 밑에 돌맹이들이 굴러 미끄럽습니다.

도솔암은 조용헌의 '휴휴명당'이라는 책에 소개될 정도로 좋은 기운이 가득한 곳입니다.

꼭꼭 숨어있는 도솔암을 찾아 고개를 올려보면 엄청난 크기의 바위봉오리가 솟아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바위는 처음 본다며 호들갑을 떨다가 문득 아찔하게 느껴집니다.

바위봉오리를 오르고 올라 도솔암에 도착했어요!

기쁜 마음으로 한컷 남겨봅니다~~~!^_________^

바위 사이로 논밭과 크고 작은 언덕, 저수지가 보이네요~!

봄마중 간다고 나섰더니 이를 시샘한 겨울이 꽃샘추위를 후후 불러옵니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다가오겠죠? 시나브로 우리 곁에 찾아와 어디로든 떠나고싶게 만들 것 같네요~!

다시 미황사로 돌아와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절을 한 바퀴 돌며 풍경과 소리를 마음속에 담아보았어요.

좋은 글귀를 조용히 따라 읽고난 후 미황사에서 해남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반도의 땅끝은 희망의 시작입니다. 아니, 누가 땅끝이라고 이름 붙였나요? 이곳은 봄을 마중하는 한반도의 시작 아니었던가요?

겨울이 봄으로 흘러가는 땅끝 바다와 숲속에서 최근 움츠러들며 봉우리진 내 마음은 꽃을 틔우기 위한 준비였음을 깨닫습니다.

지금의 나는 비를 맞고 햇볕을 쬐길 반복하면 펑하고 터질 꽃봉우리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요.


가랑비에 옷 젖든 시나브로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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