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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09. 2017

봄은 왔는데 내 마음은 지옥일 때

최인아 책방 북콘서트 후기

좋은 것을 접했을 때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흔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vs.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


이 곳에 처음 갔을 때도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나만 알고 있는 아지트였으면... vs. 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지 느껴봤으면!!!


현재 근무하는 포스코센터가 위치한 선릉역 근처에 보물같은 책방을 소개합니다.

선릉역 7번출구로부터 도보 2분 거리이며, 붉은 벽돌 건물 4층입니다.

초록색 작은 간판을 따라 들어가면 '최인아 책방'이라는 생각의 숲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책방을 낸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은 광고계의 유명 카피라이터 출신입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 수많은 카피를 만들어 낸 '광고계의 전설'이자 '삼성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알려진 그녀는 2012년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로부터 4년여 후 강남의 책방마님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과 업계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책 등 베테랑들의 '인생 서적'을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인 그대에게', '아이디어가 막힐 때 이 책들에서 영감을!!' 등 다양한 섹션으로 나뉘어 좀더 쉽고, 친근하게 책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가치들을 생각하는 힘을 북돋우고 끌어내며 퍼뜨리고자 다양한 강연과 공연이 열리는 사랑방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28일에는 '봄은 왔는데 내 마음은 지옥'이라는 북 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심리기획자 이명수씨에게 물으면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가 답하는 특이한 형식의 북 토크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심리'는 인터넷이 생겼을 때부터 인기 검색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옳은걸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궁금증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거겠죠.

드라마 '밀회'에서 유아인의 대역 피아니스트였던 송영민씨의 차분한 연주와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명수씨와 정혜신씨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을 기획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으로 이주해 '치유공간 이웃' 열어 유가족과 희생 학생 친구 등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부부 관계인 두 사람은 서로의 스승이자, 도반, 연인이자 친구라며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재난 현장을 찾아다니며 고통이 가득한 현장에서 일하지만 혼란한 국가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이외에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독충과 맹수가 우글거리는 밀림을 통과하는 것 같은 상황에 맞설 때면 우리 부부 사이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는 기회로 여기며 손 잡고 나선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장 강력한 힘이자, 지도가 되어준다는 대목이 참 인상 깊었고, 롤모델로 삼고 싶은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명수씨는 자신은 '심리적 금수저'라며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몸을 뒤짚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던 아기 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아내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옥에도 자전(내 자신에 의한 것)과 공전(환경에 의한 것)이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통해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비교적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서 적어 붙인 '요즘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을 바탕으로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해보며 좋은 해결책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나의 고민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고민이 아닐까 하며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고 따뜻한 눈빛으로 호응해주는 참여자들의 모습에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통에는 절대적인 고통과 주관적인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고민일지라도 개인이 느끼는 개별적인 고통에 대해서 인정해주고, 다독여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온 마음을 다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인류를 구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시를 꼽았다고 합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마무리하며 양희은과 양정희가 함께 부른 '한 사람'이라는 노래를 다같이 부르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이라는 시를 낭독했습니다. 부끄럽지만 한 소절씩 따라 부르고, 한 자씩 읽다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다 못해 말랑말랑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으로 계절이 바뀌듯이 참여자 분들의 얼굴에도 발그레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피어났습니다.


따뜻한 봄이 왔는데 내 마음은 지옥이라면, 이명수씨의 '내 마음이 지옥일 때'를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하철에 책을 들고 탔을 때 사람들이 '저 사람 정말 힘든가보다.' 하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제목을 보고 '내 마음을 어쩜 이리 잘 알아줄까?'하고 공감하며 책을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함께 낭독했던 시를 공유드릴테니 여러분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의 연속인 일터에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최인아 책방에서 잠시 머리를 식혀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마음 속 오아시스가 되어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다양한 강연과 공연 정보는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세요~!

최인아 책방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521

시간: 평일 11:00~21:00, 주말 11:00~20:00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choiina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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